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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May 07. 2016

나는 외로운 지구별

#여행 #타임머신 #일본여행




어린아이처럼 신났던 발걸음에 떠났었던 교토

이곳을 다시 돌아오는 데는 삼 년이 걸렸다.









축축한 날씨 탓이었을까 내가 그새 훌쩍 커버린 탓일까 길을 지나 시는 할아버지의 어깨에 괜한 세월의 냄새가 스쳤다. 뒤를 살금살금 따라 들어간 어느 골목에는 왠지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도 교토의 여느 골목 사이에 살짝이 숨겨둔 기억들을 찾아보기 위해 떠났다. 지나가다 달달한 냄새에 모나카 한입을 했던 가게도 무릎을 덮는 기장의 일본 교복을 입은 소녀들도. 글쎄 그 삼 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을린 벽에 붙은 포스터가 내게도 묻는 것 같았다.





일본 여행을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기모노를 빌렸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봤던 장면처럼 손끝을 새초롬이 고개는 당당히 들고 서있으면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아주머니께서 실하나 선하나 힘을 꽉 주시고 단단히 묶어 옷맵시를 만들어 주셨다. 하루에 족히 이백 명은 넘게 예약이 되어있는 것 같았는데 흰 천 하나 실오라기 하나 구겨진데 없는 새햐얀 색이었다. 몇 마디 모르는 일본어지만 스고이 라며 손짓 발짓 말하려는데 가만히 있어달란다. 치마 덕에 총총걸음으로 시내 골목으로 들어왔다. 오만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는데 괜히 그랬다. 각 나라의 여행 중이던 사람들에게 나는 인기스타였고 외국에 있으니 생기는 막무가내 자신감에 모델처럼 포즈를 한껏 취해주었다.



고등학교 때 같이 미술을 배웠던 친구가 어쩌다 연락이 닿았는데 마침 교토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접시에 백 엔짜리 회전초밥집에 들어갔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그 기억 속의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초밥이 레일 위를 도는 것처럼 나는 기억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었다. 은행원 유니폼 같기도 했던 교복에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갔다 걸려서는 벌섰던 그때로. 참 신기한 여행이었다. 한 시간 반짜리 비행기에 시간을 돌리는 힘이 있었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변한 건 나뿐인 것만 같았다.




왜 그땐 움직이는 버스 안 풍경을 놓쳤었는지 이제는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참 외로운 지구별에 있었나 보다. 아니 너무 바쁜 지구별이었나 별거 아닌 것만 같던 작은 일상을 세세히 살펴보는 관찰자가 된 것 같았다.


급변하는 서울과는 참 달랐다. 백년이 지난 음식점도 그대로 우리네 동네는 너무 매정하게 1년 만에도 휙휙 변해버리기 일쑤였는데 이 곳 이라면 나의 순간들도 잘 지켜 주었을것 같았던 내 예감이 맞았다. 내글을 읽는 누군가 숨겨놓을 시간이 있다면 교토로 떠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외로운 여행자니까. 이 곳을 여행할땐 다가는 여행지 말고 숨바꼭질할때 처럼 숨겼다 또 살짝 살짝 다른사람 기억도 엿보며



벚꽃이 다 져버린줄 알았는데 청수사 오르는길 마지막에 숨겨진 한 그루를 발견했다. 못보고 가는줄 알았는데 마지막 핑크빛 꽃마저 나를 기다렸었나 보다. 꼭 종이로만 앨범으로만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훌쩍 떠나버린 여행에서 또 장소에서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은가. 교토로 떠나보고싶어지는 시간이었으면



다음에도 늘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숨겨놨다 다시 꺼내어 볼 수 있게



by. @moonir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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