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e May 09. 2016

로망의 실현은 달콤하지만은 않아

나 벌써 한국이 그리워

세계여행이라 쓰기 민망한 여행 시작 3일차.

(공항 경유까지 합하면 4일차)

친한이들의 격려와 응원 그리고 부러움을 앞세워

신명나게 카톡프사, 페북, 인스타, 블로그까지

자랑에 자랑을 얹어 떠나온

세계여행의 첫번째 목적지. 몽골이다.



몽골의 첫 느낌은

"모래먼지 빵야빵야"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목이 따끔따끔

햇살이 너무 눈부셔

라섹한 눈이 버텨내질 못해 눈물 번벅

공기는 탁하고 매연은 심

건조함은 매일 내 코피를 떠뜨리는 수준의

아주 멋진 곳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모습.
차가 많고 교통체증도 심하다.


도시가 아닌, 우리가 생각한 몽골의 이미지를 찾아

울란바타르를 도망치듯 벗어나서 택한

므릉(홉스굴 가려면 들려야하는 여기도 큰 도시)


이곳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물어물어

만원버스 3번에 탑승.

혹여나 큰 배낭이 통행방해가 될까 한쪽으로

기울여 있는데 한자리에 같이 앉아있던

몽골아재 2명이 자꾸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버스에 안내방송도 안나오는데

우리가 내리려는 버스터미널이나 제대로 알아볼겸

물어보니 책자를 가져가서는 한참을 뭐라한다.


그러고 있는사이

어라.

우리 배낭의 지퍼를 여네. 뭐지 얘네들.


옆에 할머님이 내 가방을 향해 손짓하신다.

아아. 조심하라고... 어이없는 상황이다.

그러고 정신없는 사이 도착했다고 다른분이 알려주셔서 내리고 나니.


ㅋㅋㅋㅋ 아끼던 두산베어스 물통이 사라졌다.

아.. 가방옆에 고이 모셔둔 물통인데.

몇일 쓰면서 정말 잘 가져온 아이템이라 좋아했는데.. 아쉽군.. 어이없이 당했네.


서쪽으로 가는 드래곤 버스터미널 풍경

여러 호객꾼들을 뒤로하고 므릉행 티켓을 사서

버스에 올라 짐을 차 안에 구겨넣고는 18시간의

버스여정을 시작한다.


우리가 탄 0280 XOB버스. 버스 통로와 좌석 밑 사이사이에는 짐들로 가득하다. 타이어까지.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드디어 내가 상상하던 몽골풍경이 나온다.

그래 이거지 이걸보려고 멀리 온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멈추지 않고 볼륨을 높여 틀어놓는 중독성 강한

몽골 뮤비와 옴짝달싹 하기힘든 좁은 좌석,

애기들의 울음소리(18시간 강행군은 어른도 힘든데 오죽하겠니..)


설잠으로 목이 꺽여 시간을 견디다보니

므릉에 도착이다.



입사 확정 문자를 받고 뛸듯이 기쁜것도 잠시.

나가서 진짜 일다운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쳇, 지금보면 신입사원 주제에 웃기지만)

내가 생각했던 꽃같은 회사생활과는 다른 현실에

흔들렸던 때가 생각났다.


장기여행의 로망실현은 그저 달콤하지만은 않다.

당장 먹고, 자고, 씻고의 문제와

말도 안통하는 갑갑한 상황들.


짐과 돈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


거창했던 꿈이 일상으로 바뀌는 순간.


즐기거나 버티거나

선택은 내 몫.


하지만 벌써 한국이 조금 그립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