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우리는 분명 취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면,
하루를 되돌아보며 갔던 곳과 먹었던 음식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여행을 정리한다. 음식과 함께 마시는 포도주 한 잔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유럽여행 중인 아는 동생과 잠깐 일정을 함께 할 기회가 되어서 그날은 특별히 셋이서 저녁을 먹은 뒤였다. 숙소로 향하던 중 우리는 해가 지는 피렌체의 풍경을 맞이했다.
저녁을 먹은 뒤 약간 나른한 느낌이 한 순간에 완전히 달아났다. 이런 하늘을 보고 있으면 없던 감성이 살아날 지경이다.
4월의 이탈리아는 8시는 돼야 해가 완전히 진다.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녹초가 되어 있을 시각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야경에 큰 뜻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만큼 여행에 지쳐있지는 않았다. 강가에 서서 한 시간을 넘게 하늘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아름다운 색에 감탄하고, 그 하늘과 어울리는 아치 모양 다리에 감탄했다. 저 멀리 솟은 쿠폴라도 참 고마웠다.
우리는 피렌체의 하늘이 이토록 아름답기에 그 많은 천재화가들을 배출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아름다움 풍경을 본다면 누구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을 테니까,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들은 그림으로 우리는 사진으로 말이다.
그날 따라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잔잔한 강물에 가로등이 비치는 반영 또한 정말 아름다웠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들었다.
가까운 가게에서 칵테일과 와인을 한 잔씩 사들고 하늘과 강과 이 분위기에 한껏 들떠서 떠들었다.
우리는 미처 술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모두가 취한 밤이었다.
여행지에서 말없이 해가 지는 강가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늘 그렇듯 뻔하다.
아는 동생은 그 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