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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08. 2016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무이네 (베트남)


무이네. 뭐이네

사투리 같은 질문이다

너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뭐이네는 무이네

그러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러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공산국가 베트남. 우리나라도 분단국이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어릴 적부터 사회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흔히 우리가 아는 공산국은 모든 게 폐쇄적이고 개인의 재산과 권리 따위는 박탈된다 라고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공산국인 중국과 라오스 베트남을 가보기 전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세상을 책으로만 알기에는 너무나 넓고 책에 나오지 않는 무수한 정보와 형용할 수 없는 대자연들이 많다는 걸 여행이라는 거대한 책이 몸으로 알려준 사실이다. 책은 머리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베트남은 무비자 15일 체류가 가능하다. 아쉬운 것은 15일 후. 다시 들어오려면 대기시간이 1달이 걸린다는 것. 이 넓은 나라를 15일이라는 시간으로 다 둘러보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더 보고싶다면 기다렸다가 다시오라는 고도의 베트콩 작전이지 않을까 라는 우스게 생각을 해봤다.

당연스레 지도를 펴서 마음에 드는 지명을 찾아본다. 사파, 하노이, 다낭, 무이네, 호치민 등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지명들 사이에 무이네라는 지명에 작은 끌림이 왔다. 그건 곧 설렘으로 바뀌었다.

무이네가 있는 곳으로. 호치민시로 들어가 국내선을 타고 다낭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조금씩 내려오는 루트를 정했다. 베트남은 어느 한 곳을 빼놓을 수가 없을 만큼 자연친화적이었다. 허나 마음은 이미 무이네라는 곳에 있었기에. 어떠한 곳도 그저 예쁜 곳이구나 라는 영혼 없는 메아리들뿐.

슬리핑 버스를 타고 새벽에야 도착한 무이네는 습한 더운 공기와 짧조롬한 바다내음. 커다란 파도소리로 기억한다. 문득 내가 사는 통영에서도 그런 날이면 무이네로 바뀌어 보일 때가 많다.

날이 밝은 무이네의 아침은 평온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사람 조차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의 한적하다.

여행이란 역치가 높기에 기대한 만큼 실망이 뒤따른다는 것 허나 여긴 감히 아니다 라는 말에 한 표를 과감히 던지겠다. 산책을 하는 가벼운 발자국 한걸음 한걸음마다 여유로움이 묻어났고, 작은 시골마을이라 평화로움까지 흘렀다. 식사를 하며 외국인 친구들에게 괜찮은 곳을 물었을 때. 요정의 샘이라는 몽환적임과 사막이라는 두근거림을 받았다. 설렘에 급한 식사를 하고 나서는데 걸어서는 불가능하겠다는 말 한마디 오토바이 렌탈을 추천했다. 걷는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기선 시간이 금이니. 나는 시간을 돈 주고 샀다.

요정의 샘. 작은 계곡에서 물이 흘러 발목까지 찰랑찰랑거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닐며 알 수 있었다.

왜 요정의 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부여받았는지를.

요정의 샘이라 요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사막이라는 곳으로 향하는 길. 시원하게도 펼쳐진 길엔 구름만이 달리고 있을 뿐


아름다운 죽음에 관하여

여기저기 보이는 무덤들. 형형색색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무덤들은 말로 표현하기에도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초록의 풀들과 형형색색의 무덤들.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어디로부터  흘러 와서 어디로까지 흘러 가는 걸까. 친구가 있어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이 길이 맞는지. 저길이 맞는지. 알 수 없었지만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나도 흐르고 있을 뿐 이었다. 헤매었다가 아니라 헤아렸다. 목적지는 분명 하나 내가 가는 길이 불분명했고  이것이 길이 아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어디든 길이고 내가 가면 길이 되고 어떻게든 길은 연결되니 나만이 흘러가면 된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조차도 없다. 미끄러운 모래길과 비포장의 자갈길을 지나고 지나 멀리. 조금은 멀리에서 보인다. 사막이라는 것이. 하이얀 소금 같은 사막이.

분명한건 하늘과 사막은 정확하게 이등분이 되어 있었다.

생에 첫 사막은 그 열기만큼이나 강렬했다.

힘차게 뛰어 보자. 그리고 외쳐 보자. 내가 세상에 중심에 있노라고.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막엔 작은 잡초들이 듬성듬성 솟아 있었고. 모든 걸 태워버릴 듯한 햇빛도 생각만큼 아프지도 않았다. 하이얀 모래는 부드러운 실크 같았고. 하늘 위에 구름은 분명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건 무이네였고 나도 무이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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