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타임머신 #일본여행
어린아이처럼 신났던 발걸음에 떠났었던 교토
축축한 날씨 탓이었을까 내가 그새 훌쩍 커버린 탓일까 길을 지나 시는 할아버지의 어깨에 괜한 세월의 냄새가 스쳤다. 뒤를 살금살금 따라 들어간 어느 골목에는 왠지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도 교토의 여느 골목 사이에 살짝이 숨겨둔 기억들을 찾아보기 위해 떠났다. 지나가다 달달한 냄새에 모나카 한입을 했던 가게도 무릎을 덮는 기장의 일본 교복을 입은 소녀들도. 글쎄 그 삼 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을린 벽에 붙은 포스터가 내게도 묻는 것 같았다.
일본 여행을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기모노를 빌렸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봤던 장면처럼 손끝을 새초롬이 고개는 당당히 들고 서있으면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아주머니께서 실하나 선하나 힘을 꽉 주시고 단단히 묶어 옷맵시를 만들어 주셨다. 하루에 족히 이백 명은 넘게 예약이 되어있는 것 같았는데 흰 천 하나 실오라기 하나 구겨진데 없는 새햐얀 색이었다. 몇 마디 모르는 일본어지만 스고이 라며 손짓 발짓 말하려는데 가만히 있어달란다. 치마 덕에 총총걸음으로 시내 골목으로 들어왔다. 오만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는데 괜히 그랬다. 각 나라의 여행 중이던 사람들에게 나는 인기스타였고 외국에 있으니 생기는 막무가내 자신감에 모델처럼 포즈를 한껏 취해주었다.
고등학교 때 같이 미술을 배웠던 친구가 어쩌다 연락이 닿았는데 마침 교토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접시에 백 엔짜리 회전초밥집에 들어갔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그 기억 속의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초밥이 레일 위를 도는 것처럼 나는 기억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었다. 은행원 유니폼 같기도 했던 교복에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갔다 걸려서는 벌섰던 그때로. 참 신기한 여행이었다. 한 시간 반짜리 비행기에 시간을 돌리는 힘이 있었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변한 건 나뿐인 것만 같았다.
왜 그땐 움직이는 버스 안 풍경을 놓쳤었는지 이제는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참 외로운 지구별에 있었나 보다. 아니 너무 바쁜 지구별이었나 별거 아닌 것만 같던 작은 일상을 세세히 살펴보는 관찰자가 된 것 같았다.
급변하는 서울과는 참 달랐다. 백년이 지난 음식점도 그대로 우리네 동네는 너무 매정하게 1년 만에도 휙휙 변해버리기 일쑤였는데 이 곳 이라면 나의 순간들도 잘 지켜 주었을것 같았던 내 예감이 맞았다. 내글을 읽는 누군가 숨겨놓을 시간이 있다면 교토로 떠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외로운 여행자니까. 이 곳을 여행할땐 다가는 여행지 말고 숨바꼭질할때 처럼 숨겼다 또 살짝 살짝 다른사람 기억도 엿보며
벚꽃이 다 져버린줄 알았는데 청수사 오르는길 마지막에 숨겨진 한 그루를 발견했다. 못보고 가는줄 알았는데 마지막 핑크빛 꽃마저 나를 기다렸었나 보다. 꼭 종이로만 앨범으로만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훌쩍 떠나버린 여행에서 또 장소에서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은가. 교토로 떠나보고싶어지는 시간이었으면
by. @moonir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