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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 Sep 29. 2016

당신의 한마디

이름 모를 풀잎을 보며...

어릴 때는 휴먼다큐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20대의 중턱을 넘어서며, 수도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끙끙 앓으며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웃음에 감춰진 아픔을 보지 못한 속상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게 됩니다. 그들에게 신의 존재는 사치와 같고, 사랑과 자비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이 평범하게 갖고 있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내게 주실 수 없냐고... 그게 그렇게 어려우시냐고...' 이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마음 아픈 것은 더욱 상황이 악화 되어가도 그 가운데 그분의 존재를 느껴간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한 것 같은 그분이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나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멘트 사이 풀잎같은 존재의 떨림이 또 다른 이에게는 울림으로 다가섭니다. 자신의 떨림으로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는 것. 모두를 향한 그분의 손길임을 조심스레 느껴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시편 121:1]



작은 당신의 한마디가 나를 무겁게 하기에  

저는 당신의 가벼운 말인 줄 알았습니다.    


저를 무겁게 한만큼 당신 더 무거웠다는 걸  

비 오는 거리 갈라진 시멘트 사이 살아내는  

이름 모를 풀잎 끝에 아슬하게 맺힌  

빗방울 보며 작게나마 아파봅니다.    


초라한 나에게 맺힌 당신의 말씀이여.  

오늘 나의 소리가 당신께 맺히기를  

풀잎처럼 가녀린 떨림으로 기도합니다.    


"당신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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