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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 May 11. 2017

섬과 바다 그리고 할머니

소녀였고, 처녀였고, 어머니이신 할머니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은 그만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배를 타고 가는 거리만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올곧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다녀 본 섬 중에서 어떤 섬이 그런 순수함을 알려주었냐고 묻는다면 덕적도에서도 한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문갑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섬은 작년을 마지막으로 두 번을 다녀왔고, 크고 작은 순간들을 보내고 왔었다.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해 질 녘에 담장 색이 아름다운 집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집주인 할머니와 대화를 나눴던 일이다. 오래 된 섬 교회에 권사님으로 계신 할머니는 청년들과의 대화 가운데 밝은 미소로 섬바람도 담백할 수 있음을 알려주셨다. 수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미소로 인해 선명해진 주름을 따라 그 삶이 어떠했는지 아주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그 미소가 잔향처럼 마음에 은은하게 흘러들어 마음에 담아두고, 이따금씩 사진을 꺼내어만 보며 묵혀뒀었다. 그러다 이제야 익은 내가 느껴져 시로 옮겨 본다.


소녀였고, 처녀였고, 어머니이신 할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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