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였고, 처녀였고, 어머니이신 할머니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은 그만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배를 타고 가는 거리만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올곧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다녀 본 섬 중에서 어떤 섬이 그런 순수함을 알려주었냐고 묻는다면 덕적도에서도 한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문갑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섬은 작년을 마지막으로 두 번을 다녀왔고, 크고 작은 순간들을 보내고 왔었다.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해 질 녘에 담장 색이 아름다운 집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집주인 할머니와 대화를 나눴던 일이다. 오래 된 섬 교회에 권사님으로 계신 할머니는 청년들과의 대화 가운데 밝은 미소로 섬바람도 담백할 수 있음을 알려주셨다. 수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미소로 인해 선명해진 주름을 따라 그 삶이 어떠했는지 아주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그 미소가 잔향처럼 마음에 은은하게 흘러들어 마음에 담아두고, 이따금씩 사진을 꺼내어만 보며 묵혀뒀었다. 그러다 이제야 익은 내가 느껴져 시로 옮겨 본다.
소녀였고, 처녀였고, 어머니이신 할머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