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산업의 동향 그리고 3가지 사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는 로봇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로봇들의 각축장이었다.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 핸슨로보틱스의 인간형 AI 로봇 '소피아' 등이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로봇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과 공감하는 가사지원 로봇과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전시한 부스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업용' 로봇이고, 두 번째는 '서비스용' 로봇이다.
먼저 산업용 로봇은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발전해온 분야다. 국제로봇협회(IFR)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용 로봇의 수요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 현대화·자동화, 에너지 효율화·신소재 활용, 품질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의 필수 아이템인 무인운반차(AGV)를 비롯한 물류로봇, 수술·치료용 의료로봇 및 고객 가이드나 정보제공용 홍보로봇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트라(KOTRA)가 최근에 발표한 '글로벌 로봇산업 시장동향 및 진출방안'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산업용 로봇의 시장 전망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로봇 시장이나 로봇의 밀도가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아 잠재 수요가 가장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2020년까지 중국 내 로봇 판매량은 1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제어기, 감속기 등 중국 자체 생산이 어려운 핵심부품 관련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2016년에 로봇부품의 대중국 수출 실적은 360억 원으로 전년대비 74%나 증가한 것을 보면 앞으로 미래가 밝아 보인다.
독일 지멘스와 아디다스는 ICT를 기반으로 제조 전 과정을 자동화 및 지능화한 로봇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완료했고, 미국·중국·일본에서도 스마트 팩토리 로봇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은 효율적인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인데, 일본 야스카와 전기의 경우 최근 로봇이 장인의 기술을 2시간 만에 터득할 수 있는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2015년 1억 달러에서 2020년 10억 달러로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협동로봇은 경량화·이동기술 등 많은 기업들이 핵심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 '서비스용' 로봇은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로봇들을 출시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 다이슨의 요리하는 로봇 '로보틱 키친',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Pepper)' 그리고 각종 챗봇(Chatbot)들이 서비스용 로봇들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IFR의 자료를 보면 전문서비스용 로봇은 20~25%, 개인서비스용 가사로봇은 30~35%, 그리고 개인서비스용 오락로봇은 20~25% 정도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용 로봇은 산업 현장이 아닌 인간 삶의 영역에서 함께 공존하는 로봇으로 인간의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HRI(Human-Robot Interaction) 기술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로봇 기술 중에서 파괴적 혁신이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HRI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과의 교감이다. 그래서 앞으로 사용자 얼굴인식, 감정인식, 음성인식 및 빅데이터 활용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 로봇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기업 '오카도(Ocado)'가 독일의 카를스루에 공과대학(KIT :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ARMAR-6'팀과 함께 개발한 '세컨드핸즈(SecondHands)'라는 로봇이다. 아마존이 창고에 도입한 로봇과 같이 세컨드핸즈도 오카도의 물류창고에서 사람을 도와 다양한 물류 처리 업무를 돕기 위해 개발되었다. 다만 아마존의 로봇은 창고에서 물건을 신속하게 가져오는 용도로 제한되어 있지만, 세컨드핸즈는 사람의 보조 역할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세컨드핸즈는 오카도의 고객이 주문한 식료품 배송 업무와 창고의 자동화 설비의 유지와 보수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개발된 로봇은 프로토타입으로 오카도의 창고에서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컨드핸즈는 단순 반복되는 공정에 투입되지 않고 작업자의 일을 돕는 서포터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로봇은 작업자의 음성에 즉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작업자가 렌치를 요청하면 세컨드핸즈는 어떤 렌츠를 원하는지 다시 묻고 작업자가 다시 대답하면 해당 렌츠를 가져다주는 식이다. 또한, 세컨드핸즈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나 체력적으로 힘든 업무까지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오카도는 세컨드핸즈의 도움으로 물류창고 운영의 효율성과 식료품의 체계적인 보관 능력을 끌어올리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약 5만 개의 식료품을 직접 개별 포장하는 능력까지 학습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기업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가 개발한 'K5'라는 이름의 로봇이다. 이 로봇은 경찰들처럼 길거리를 감시하는 일명 '순찰 로봇'이다. 커다란 계란 모양으로 생긴 이 로봇은 골목을 누비며 치안을 담당한다.
이처럼 K5의 주요 업무는 바로 지정된 구역을 경비하는 일이다. 최대 시속 4.8km로 맵핑 소프트웨어를 통해 특정 지역을 주기적으로 자율 주행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 1분에 300개의 번호를 식별해 도난 차량을 찾아낼 수 있고, 안면 인식도 가능해 수배자 색출도 가능하다.
또한 적외선 열화상 센서까지 탑재되어 있어 밤에도 물체와 사람을 인식해 골목을 감시하고 긴급한 상황 발생 시 경찰을 호출할 수도 있다. K5의 흥미로운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카메라로 인식한 정보를 SNS로 공유하고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능은 사고 또는 용의자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실시간 알려 좀 더 빠른 사고 처리를 돕는다.
앞으로 K5가 실전에 투입하게 되면 많은 경찰들의 업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설 경비원들의 일자리마저 감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정확한 감시와 더욱 빠르고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해 각종 사고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순찰 로봇'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야간에 사람이 볼 수 없는 상황이나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서비스 로봇 개발 전문 스타트업 '사비오크(Savioke)'는 호텔에서 객실에 물건을 배달하는 신개념 버틀러 서비스 로봇을 개발했다. '사비원(SaviOne)'이라는 이름의 버틀러 로봇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타우트 호텔 체인으로 유명한 알로프트 호텔은 이미 사비오크와 계약을 맺고 앞으로 이 로봇을 통해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사비원은 3피트(약 91cm) 높이에 100파운드(약 45kg)의 무게, 2입방 피트(약 57리터)의 물건을 담아 사람이 걷는 속도로 객실까지 배송해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비원은 객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주로 음료나 타월 등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데스크의 직원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물품을 넣을 후 상부에 부착된 터치패널에 고객의 방 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로봇은 입력된 방 번호를 인식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불러 탑승하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호텔 로비와 복도 길을 따라 잘 돌아다닐 수 있다. 로봇이 객실 앞에 도착하면 객실 내 전화로 도착 사실을 알려주고, 손님은 로봇이 전달해 준 물건을 꺼내 뚜껑을 덮고 팁 대신 터치패널에 별점을 매겨주면 된다.
만약 사비원이 실제 호텔에 배치되면 객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부 호텔 직원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직원들은 이 로봇의 등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제 로봇과 함께 일자리까지 공유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리고 로봇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