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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박코박 Mar 10. 2016

소리지르는 의사

"욕하지 마세요!!!"


인터벤션실 안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먼지처럼 밖에서 부유하고 있던 우리들은 깜짝 놀라서 혹 우리에게 불똥이 튈까 빨리 이곳을 벗어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두 걸음에 인터벤션실을 나와서 냉소적인 어조로 환자분은 어서 빠알리 옮겨드리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PK다. 학생의사의 신분으로 먼지처럼 이과, 저과를 부유하며 우리들이 하는 일은 일 번, 최대한 교수님들을 비롯한 다른 의료진을 방해하지 않는 일이고 이 번, 열심히 공부해서 실습시간에 아무것도 모르고 멍 때리는 시간을 30초라도 줄이는 일이다.


PK가 된지 이틀만에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 환자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인터벤션실안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교수님은 때로 자신이 시술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리 되는 일인가를 설명하고 있었고 차례차례 인터벤션실 안을 들락날락하던 우리들은 처음 보는 일에 매우 신이 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어떻게 환자를 위할까 설명하던 교수님이 환자에게 소리 지르는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니, 내가 환자였어도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다. 교수님은 시술 도중 여러번 나와서 환자의 CT, MRI를 확인했고, 두 차례 전화를 걸었고, 환자가 들었을 지 모르지만 동료 의료진과 여러 번 상의했다. 그리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검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버젓이 눈을 뜨고 마취도 안된 환자가 보기에 인터벤션실을 들락날락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불안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끝내 환자는 교수님 면전에 대고 욕을 했다. 아마 왠지 모를 억울함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병원에 오래 있던 환자의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날카로운 감인지도 모른다.


 집에 가기를 기다리며 앉아서, 동기 언니는 병원에서 자신의 인격이 바뀌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정신적인 로딩이 큰 일을, 그것도 하루에 할 수 없는 양의 일을 하는 병원에서 아마 나의 인격도 저렇게 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괴롭다고 했다. 맞다. 우리 중 아무도 교수님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일이 별로 없는 날이라고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5분이 안되서 한 명씩 들어왔다. 모두 그냥 보기에도 가련한 몸을 가진 만성질환자나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그들을 상대로 교수님은 매우 아픈 시술을 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은 금방 죽을 것 같은 가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무뎌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이런 일을, 이보다 더한 일을 많이 보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내게서 그 모습을 보며 아차하는 순간이 올런지. 그게 우리는 참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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