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은 어디까지 볼 수 있게?
어릴 적 이런 아버지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가끔 맞추기라도 하면 새삼 정말 똑똑한 천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정답이 맞지 않는 일 투성이였지만 늘 즐거운 시간이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면 이런 문제들을 맞추고 토의하는데에 시간을 쓰며 재밌는 일 투성이 일거라 생각하고 수험생활을 넘겼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저녁식사 시간이 좋았다. 아버지의 관심사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자동차, 부동산, 훌륭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정치. 평소 말씀이 별로 없는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으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었구나, 생각보다 관심의 정도가 깊고 매니악하구나 싶어 재밌었다.
점차 함께 식사하는 일이 드물어지고, 만나서 이야기 하지 못하고,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전화로 하는 대화는 주제중심적이고, 어릴적 느꼈던 푸념식의 온기는 잘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질문을 받으니 마음이 또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최근 내 삶과 과학적 사고라는 것은 아스라이 사라지는 별빛 같았는데 말이다.
아버지가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건 어머니가 늘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과는 결이 다르다. 어머니는 늘 건강하셔서, 본인을 더 괴롭게 하는 일 없이. 신세한탄을 더 하게 되는 없이. 고생한 것은 조금 보답받는다 느낄 수 있도록. 더 불쌍해지지 않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잘못되는 날에는,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내 등 뒤를 받치고 있던 벽이 없어지는 기분이 아닐까.
항상 별 말 없이 나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는 것을 마음으로 전하던, 무언의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사랑과 관심을 전할 수 있고 사람의 진심은 늘 통한다고 믿는 믿음이 통채로 없어질 것만 같아 두렵다.
나의 믿음, 나의 버팀목, 나의 기댈 곳, 나의 평안, 나의 사랑, 나의 도전, 나의 용기, 나의 아버지.
건강하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