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개미 Mar 01. 2021

012. 반복하다

안녕하세요,하다씨

우리의 삶은 반복의 연속이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감정은 물론이고 먹고 마시는 의식주 행위도 반복된다. 들숨과 날숨, 아침과 밤, 계절 그리고 우리는 24시간 한정된 시간을 반복하며 산다.
일어나는 일과 감정이 어제와 동일하지 않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느끼는 것들은 대부분과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재생성된다. 이는 긍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무한 자가복제인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을 만들어내 에너지를 소비하고, 반복하고 싶지 않은 감정의 기복을 끌어안은 채 불균형한 삶을 산다. 생체리듬이 깨져서.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무감각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넋이 나간 듯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미디어를 응시한 채 무뎌진 감정을 이리저리 어루만질 뿐이다. 죄책감도 없이 빈 속을 채우고 이내 잠이 든다. 우울증의 전조증상인가, 향수병의 시작인가, 스스로를 의심한다.
향수병은 아니다, 한국 생각에 눈물이 난 적이 없으니까.

단 한순간에 의욕을 잃을 때면 원래의 삶보다 더 좋지 않은 상태가 된다.  
좋은 감정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무기력은 시시때때로 나를 덮친다. 그럼 또 나는 이유도 찾지 못한 채 허우적거린다.



반복,

좋은 것을 반복하면 좋으련만 보통은 후회를 반복하며 산다. 이성보다 본성에 충실한 삶의 위험성을 깨닫지만 막상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지 말걸, 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나에게 효력이 없다. 잦은 자책과 후회는 오히려 좋지 않은 감정의 무덤 속으로 깊이 빠져들 뿐이다. 

내일이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당장 배를 곪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 때문일까
목적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반복은 익숙함에 손을 뻗는다. 어느새 흘려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진다.
이는 습관이 되고 관성화된다. 더 큰 목적과 의욕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나는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면 안 돼!”에 눈치껏 반응하는 아이들과 달리, “하면 안 돼~지만 해도 괜찮아.”로 스스로 궤도를 수정한다.  궤도수정은 어찌 보면 이탈에 가깝다. 탈선이다.
그럼에도 괜찮다 위로해본다. 이는 며칠 내로 복구될 것이다. 무기력과 기력의 상태가 영원했던 적은 없기에 거짓이 될 마음을 오늘도 다잡고 다잡고 다잡는다.  어제의 결심이 오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다. 


스스로 반문하며 반복하며 사는 수밖에.


200425/201009 /210301


매거진의 이전글 011. 궁금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