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개미 Nov 02. 2020

009. 배려하다

안녕하세요 하다씨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라는 말을 들으면 난 곰곰이 생각하다 

“배려심이 많았으면 좋겠어”라고 답하곤 했다.


나는 ‘배려’가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포괄적인 단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 시작에는 약속에 있다. 나는 약속시간에 꽤 민감함 편이다. 학창 시절에 나는 학교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움직이곤 했다. 전철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동 중 비상상황을 대비해 시간을 계산하고 학교를 다녔다.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던 시절에 지하철에 문제가 생겨 모두가 하차 후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이내 재빠르게 이동 방법을 계산해 학교에 지각하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시간에 예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각은 나에게 용납되지 않는 일 중에 하나였다. 대학시절에도 출석체크에 맞춰 9시 컷! 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타인과의 약속에 있어 조금은 유연해졌다. 상대방이 칼같이 지키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나는 주로 타인보다 나에게 더 예민한 편이다. FM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살자는 주의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긋나기 마련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시간을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타인과의 신뢰를 고려해 시간을 지킨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배려란 

약속시간을 소중히 하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언어가 거칠지 않고 경청할 수 있는 귀와 이해심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타인을 대하는 넓은 마음’ 이것 하나면 상대방의 성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며 배려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조금은 놀랐다. 사전에 따르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라고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보다 왠지 측은지심에 가까운 단어라는 생각이 드니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럼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단순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존중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사전의 ‘높이어’라는 뜻풀이가 어색하긴 하지만, 타인을 귀중히 대하는 것을 의미하니 인간관계에 있어 더 맞는 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뭔가 착 입에 감기지 않는다. 


국어사전을 찾다 보면 의외로 한글이 재밌게 느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마치 아이가 “그게 무슨 말이야?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듯, 사전적 의미에 표현된 단어를 다시 짚어보곤 한다. 쉽게 사용했던 단어들이 낯설어지고 정확한 뜻을 모른 채 뉘앙스로 쓰는 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배려라는 단어가, 존중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느껴졌다. 타인을 귀중히 여긴다는 의미가 궁금해진다. 다시 ‘귀중하다’라는 단어를 파고든다. 귀하고 중요하다는 한자임을 깨닫는다. '귀중’과 ‘중요’가 서로를 나타내는 의미(뜻)라는 것이 재밌게 느껴진다. 말장난스러운 뜻풀이를 보며 의미란 부여하기 나름이란 생각도 들었다. 

단어의 단어를 파고들면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진다.




한 단어가 가진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이라 뜻 뒤에 숨겨진 의미들을 헤아려본다. 천천히 한자를 살펴보니 나눌 配(배), 생각할 配(려)이다. 마음 心(심)이 부수인 생각할 配(려)는 그야말로 헤아리고 생각하는 마음인 것이다. 

‘너에게 내 마음을 쓴다’는 의미로 느껴지는 국어사전을 뒤로하고, 나는 ‘마음을 나누어 생각한다’로 배려를 이해하기로 했다. 훨씬 감정이 절제된 느낌이다. 위에 나열했던 내가 생각한 배려의 의미를 다 담게 된 것만 같다. 


나는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보다 내가 나아서가 아니다.  

여전히 이기적이고 가끔은 쉽게 타인을 대하는 미성숙한 사람이지만, 

내 마음을 나누어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008. 의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