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일기
갑작스럽게 글을 다시 쓰려니
타자 위에 손을 올리는 일부터 힘겹게 느껴진다.
혼자만 보기 위한 글을 쓰는 것엔 무척 익숙하다. (사실 이 마저도 나만을 위한 글이 될 터)
졸업 논문도 지도교수님과의 소통이 전부였기에,
오히려 지금 적어나가는 이 글이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건
그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서였나.
하지만 제목에 떡 하니 영화 제목을 적어둔 것은,
글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주제로 잡고 써나가야 동력을 얻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지금 써 내려가는 글은 영화에 대한 비평도, 영화를 소개하는 글도 아니다.
감상문에 해당은 할 것 같으나..
다시 시작하는 글이기에 짧게 정리하고자 한다.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2년 간의 방황.
제목만 보고 "나도 죽어가는 소년에 해당하겠지?"라는 만연한 생각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그 방황의 시기마저 이젠 6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는 꿈을 안고
혹은 앤디 워홀의 겉모습에 반해 나도 언젠간 팩토리를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품은 채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던 것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오프닝부터 나를 사로잡은 영화였던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관람하게 만들었던 영화.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존 번달이 연기한 역사 선생님 미스터 맥카시와 토마스 만이 연기한 주인공 그렉과의 대화다.
내 곁을 떠나가는 이를 둔, 나를 두고 떠나갈 채비를 하는 이를 보면
그게 아무리 준비된 일이라고 해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이별은 다가올 것이며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 선생님 맥카시는 그렉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아버지는 술에 취한 덩치 큰 나쁜 사람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아빠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70년대 독일 노래를 전부 알고 있었고 펍에서 그 노래들을 불렀다."
떠나간 이에 대한 감상 젖은 회고가 아닌,
하나의 깨달음.
떠나간 후에도,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질 수 있다는 것.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나간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다는 것.
내게 이 말은 무척 위안이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 이별은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마음의 안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벽 감정에 젖어 쓴 글처럼.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