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파서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Mar 19. 2024

고집불통 고집쟁이 옹고집

와파서당 고전논술 초급반

옛날에 옹고집이란 사람이 살았어.
하필 이름이 고집이야.
이놈이 어려서부터 자기 할 말만 실컷하고 남의 말은 절대 듣는 법이 없지 뭐야.
이놈 고집에 기가 찬 사람들이 고집이 이놈! 고집이 저놈! 하다 보니 옹고집이 되었지.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 말을 잘 듣는 편인가요? 아니면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가요?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 사람을 일컬어 '고집쟁이'라고 합니다. <옹고집전>의 주인공 옹고집은 얼마나 고집이 센지 이름이 '고집'이 되었습니다. 옹고집은 그 못된 고집으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하찮은 자리에 있으면 모르겠는데 좌수 노릇을 하며 고을에서 꽤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어요.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옹고집은 아침에 일어나면 빌려준 돈이 적힌 장부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빚 독촉하는 게 일입니다. 그 가운데는 억울한 사람도 있었어요.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 옹고집 손에 든 장부에는 떡하니 적혀있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황을 따져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자세히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고집쟁이 옹고집에게 그런 게 있겠어요. 다짜고짜 고집을 피우며 돈을 내놓으라 다그칩니다. "어허,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야? 네놈이 우리 집 농사를 안 지을 작정이냐?" 


그 누구도 옹고집의 고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어요. 옹고집이 고집을 피우고 달려들면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을 사람들은 옹고집이 빚독촉을 하면 억울하지만 입을 꾹 닫고 옹고집 뜻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어요. 일이 커지면 그만큼 손해였기 때문입니다. 


옹고집은 못된 일을 벌이는데 열심이었어요. 한 번은 길에서 봉사를 만납니다. 봉사에게 길을 알려주겠다고 다짜고짜 손을 잡고 끌고 갑니다. 그것도 영 엉뚱한 곳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봉사를 개천에 풍덩 빠트려놓고는 깔깔대며 웃기도 해요. 옹고집은 고집에다 심술보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옹고집의 못된 짓은 끝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머니에게도 못된 아들이었고, 가족에게도 못된 사람이었습니다. 고집을 피우고 남을 골탕 먹이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는 성품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러니 집안의 식구들과 노비들은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 옹고집을 슬금슬금 피해 다녔습니다. 이 날도 그랬어요. 한 시주승이 찾아온 것입니다. 시주승이란 집집을 돌아다니며 동냥하는 스님을 이야기해요. 스님은 농사를 짓거나 일하지 않으니, 집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하고 대신 기도를 해주거나 복을 빌어주거나 했답니다. 


그러나 욕심쟁이 옹고집이 시주승을 반길 리 있겠어요. 쌀 한 톨도 아까운 마당에 시주승에게 무엇을 주겠어요. 게다가 이 날 옹고집은 잔뜩 뿔이 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를 붙잡고 한바탕 화풀이를 했으면 하는 참이었어요. 옹고집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시주승을 불러 골탕을 먹여주기로 마음 것은 것입니다. 




옹고집은 보란 듯이 시주승을 욕보입니다. "중이라 하는 것이 머리 깎고 부처 제자 된답시고 낳아 준 부모 은혜 헌신짝 버리듯 배반하고, 입에 붙은 거짓 염불 외우면서 어른 보면 동냥 달라하고... 이런 중놈이 부처 제자니, 세상에 부처 제자 못할 놈이 어디 있겠느냐?" 생떼를 쓰듯 마구잡이로 욕하는 상황이었지만 시주승은 차분히 옹고집을 대합니다. 시주승이 차분이 대꾸하자 옹고집은 더 크게 화가 났어요. 옹고집 집안의 종들은 스님에게 눈치를 주며 어서 떠나라 합니다. 그러나 스님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염불하고 목탁 치는 재주 말고 다른 재주로 우리 식구들을 웃겨 주면 황금 일만 일천 냥을 못 주겠느냐? 다른 재주가 있으면 보여 봐라." 옹고집의 말에 시주승은 관상을 보는 재주가 있다고 합니다. 관상이란 얼굴 생김새를 읽는 능력입니다. 얼굴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속마음, 성격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래까지 점치는 것입니다.


시주승이 관상을 볼 줄 안다 하니 옹고집은 자신의 관상을 보아 달라 말합니다. 그런데 온통 좋지 않은 것들 뿐입니다. 마음씨는 못되고 앞으로 큰 화를 입을 것이랍니다. "코끝이 뾰족하고 콧구멍 뻥 뚫린 노루 코라 배응망덕 밥 먹듯이 할 상이고, 윤곽 없이 펄렁대는 돼지 귀는 한때 부귀를 얻더라도 패가망신할 상입니다." 


생긴 대로 산다는 말을 들어 보았나요? 옛사람들은 사람의 생김새에 따라 삶이 정해진다고 보았어요. 옹고집은 좋지 않은 관상을 가지고 있으니 패가망신, 앞으로 망할 것이랍니다. 욕심꾸러기에 고집쟁이니 옹고집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얼굴 생김새는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 시주승의 말을 더 들어 봅시다. "예부터 관상 좋은 것이 덕 있는 마음 지닌 것보다 못하다 하였으니 이제라도 마음 고쳐 살다 보면 좋은 관상을 얻으리다."  


생김새는 타고나는 것이기는 하나, 또 성품에 따라 마음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예컨대 매일 고집만 피우고 못된 짓을 하면 못된 욕심쟁이 얼굴이 된다고 해요. 반대로 늘 다정하고 따뜻하게 주변 사람을 대하면 부드러운 얼굴이 된답니다. 하긴 늘 화를 내면 얼굴에 화가 남아있습니다. 늘 웃고 즐거우면 웃는 얼굴이 됩니다.                                                



그러나 옹고집이 시주승의 말을 들을 리 있을까요. 도리어 시주승의 관상풀이에 바짝바짝 화를 냅니다. 집안의 하인들을 불러 시주승을 매질합니다. 어찌나 호되게 매질하는지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까딱하면 스님의 목숨을 빼앗을 뻔했습니다. 


정신이 들어 절로 돌아간 스님은 기이한 도술을 펼칩니다. 허수아비를 하나 가져와 가짜 옹고집을 만든 것이에요 어찌나 똑같은지 옹고집의 표정, 말투, 게다가 성품까지 똑 닮았습니다. 스님이 만든 가짜 옹고집이 옹고집 행세를 하며 진짜 옹고집과 다툽니다. 고집쟁이 둘이 다투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서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성을 내며 싸울 테니 얼마나 시끄럽겠어요.


'거울치료'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어떤 사람의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그와 똑같은 태도로 그를 대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컨대 옹고집이 했던 그대로 옹고집을 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천하의 옹고집도 고집쟁이가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옹고집은 크게 당황합니다. 이제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고집을 부려 진 적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 누구도 고집으로는 옹고집을 이기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옹고집이 옹고집을 상대하니 도무지 그 고집을 꺾을 수 없네요.


게다가 자신과 똑같은 가짜 옹고집이 집에 들어와 진짜 옹고집 행세를 합니다. 진짜와 가짜가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우겨대는 바람에 집안은 물론 고을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과연 진짜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요. 지금이야 여러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비슷한 사람이라 해도 안면인식, 음성인식, 지문인식 등 진짜 사람을 가려내는 기술이 많이 발달해 있어요. 겉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DNA 유전자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 그런 게 있을 수 있나요. 옹고집은 복창이 터질 노릇이었습니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것도 못 참겠는데, 못된 성품까지 똑 닮아서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니 더욱 화가 날 수밖에요. 둘은 드잡이를 하며 서로 싸우다 관아에까지 이릅니다. 과연 사또는 진짜 옹고집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https://smartstore.naver.com/zziraci/products/8789943422


매거진의 이전글 <드래곤볼>이나 <마법 천자문> 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