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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26. 2024

진짜 옹고집이 돌아왔다!

와파서당 고전논술 초급반

"내 집 하인 이름을 네놈이 왜 부르냐? 이놈들아, 이 미련한 종들아! 쓸데없이 밥만 꼬박꼬박 처먹는 놈들인 줄 일찍이 알았다만 네 주인도 몰라보느냐? 저놈이 가짜다. 어서 끌어내라." 

그러더니 두 옹고집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았습니다. 


<옹고집전>은 고집쟁이 못된 옹고집이 마음을 고쳐먹는 이야기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화를 입는다는 이런 이야기를 '권선징악'이라고 해요. 사실 권선징악 이야기는 꽤 많답니다. 예컨대 또 다른 못된 인물, 놀부가 나오는 <흥부전>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옹고집전>의 주인공 옹고집은 자신을 똑 닮은 가짜 옹고집을 만나 그 고집에 호되게 당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진짜와 가짜를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인들은 누가 진짜인지 알아볼 수 없었어요. 진짜도 가짜도 자기가 진짜 옹고집이라며 하인들을 다그칩니다. 똑같이 생긴 데다 자칫하면 옹고집의 고집에 호되게 당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결국 하인들은 장님, 귀머거리 흉내를 냅니다. "아이고, 눈이 왜 이리 안 보여." "아이고,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지." 


가족이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인들이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자 옹고집은 며느리에게 달려가 진짜를 가려달라고 합니다. 며느리는 정수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해요. "우리 시아버님 정수리에는 금이 있고 금 가운데 흰머리가 있으니 정수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옹고집은 관을 벗어, 상투를 풀고는 머리를 며느리에게 들이밉니다. 헌데 며느리는 가짜를 진짜라고 하네요. 진짜 옹고집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습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며느리에게 달려듭니다. 


이번에는 옹고집의 마누라, 부인이 나섰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합니다. 부인은 진짜를 찾아내지 못하겠다며 엉엉 웁니다. 오히려 가짜 옹고집이 부인을 안고 위로해 주는 것 아니겠어요. 진짜 옹고집은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나섰지만 아들이라고 별 수가 있나요. 오히려 진짜 같은 가짜가 진짜 자리를 꿰찰 노릇입니다. 진짜 옹고집은 온갖 화를 다 부려보지만 소용없네요.


여기서 재미있는 상상. 여러분은 진짜 같은 가짜가 나타나면 어떨 것 같나요? 만약 가짜 내가 나타나면 가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진짜가 여기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여러분의 부모님과 똑 닮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떨까요? 진짜를 가려낼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나요? 


옹고집이 가짜 옹고집한테 달려들어 뺨을 철썩 쳤습니다. 그러자 가짜 옹고집은 옹고집 멱살을 잡았습니다. 김 별감이 다급히 뛰어와 두 옹고집을 뜯어 말렸습니다.

"두 옹이 옹옹 하니 이 옹 저 옹 도저히 분간을 못 하겠네. 관아에서 가려 보세."

그 말에 두 옹고집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옹고집 집안 하인들과 가족들은 두 옹고집이 나타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어요. 옹고집 하나만 해도 집안이 떠들썩한데 둘이 되었으니 오죽했을까요. 서로 진짜라고 고집을 피우며 성질을 부리는 바람에 어질어질했습니다. 결국 진짜 옹고집을 가리기 위해 관아로 향합니다. 고을 사또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사또는 두 옹고집에게 재산을 적어 내라 말합니다.


어라, 옹고집은 제 재산이 기억나지 않아 머리를 굴리며 쓰고 있는데 가짜 옹고집은 쉬지도 않고 술술 적어내는 것입니다. 결국 사또는 가짜를 진짜라고 판결합니다. 진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눈앞이 노래지며 쓰러지는가 싶었는데, 몸을 튕겨 일어나더니 온갖 행패를 부립니다. 결국 진짜 옹고집은 가짜라는 딱지가 붙어 고을에서 쫓겨납니다.


헌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쫓겨나는 가짜 옹고집을 마을 사람들이 붙잡는 것입니다. 가짜 옹고집을 보살피며 걱정까지 해주는 것 아니겠어요? 옹고집을 골탕 먹여 주는 바람에 고마워 그렇답니다. 마을 사람들이 차려주는 따듯한 국밥을 먹으며 옹고집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옹고집을 욕하며, 가짜를 위로해 주는 광경에 꽤 복잡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옹고집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도 잃고 재산도 잃고 가족도 잃고. 비렁뱅이로 살아가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옹고집은 이곳 저곳을 떠돌며 동냥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고을에서 겪은 일입니다. 아이들이 동냥하는 스님을 따라다니며 놀리는 것입니다. 옹고집은 자신의 옛 잘못이 생각났습니다. 시주승을 욕보인 일이. 


일주문을 지나 절로 들어가자, 염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옹고집은 염불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느덧 마음이 깨끗하게 씻겼습니다. 옹고집은 절에서 가장 큰 법당인 대웅전에 들어가 절도 하고 밥도 얻어먹었습니다. 어느덧 밤이 되었습니다. 옹고집은 불을 밝힌 연꽃등을 황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옹고집은 시주승의 말을 따라 월출산 절을 찾아갑니다. 마침 그때는 초파일, 부처님이 태어난 날이라 크게 연등이 걸렸어요. 옹고집은 비렁뱅이 생활을 하면서 예전 고집을 많이 버렸습니다. 하긴 남에게 동냥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고집을 피울 수 있겠어요. 옹고집은 지난날을 반성하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옹고집이 갖고 있던 악한 마음 여기 모두 풀어 던지고 있나이다. 몰랐을 때 저지른 죄 많고도 많으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피소서."


탑돌이를 하며 기도를 했지만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해 보였습니다. 옹고집은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똑같은 옹고집이 내 집에 살고 있는데 내가 어딜 가서 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이냐? 내가 나인줄 나도 이젠 모르겠다. 더 살아 무엇하리!" 벼랑에서 옹고집이 몸을 던지려 할 때 한 스님이 옹고집을 말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어요. 바로 오래전 옹고집 집을 찾아왔던 시주승이었습니다. 옹고집이 모질게 매질했던. 옹고집은 시주승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뒤늦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스님이 놀라운 이야기를 합니다. 옹고집의 잘못을 깨닫게 하려고 가짜 옹고집을 만들었답니다. 


스님은 부적을 주며 이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일러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옹고집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이제 비로소 진짜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옹고집은 집으로 돌아가 이렇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이리오너라. 진짜 옹고집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가짜 옹고집이 화를 내며 따지려는 차, 진짜 옹고집이 부적을 딱 붙이자 '펑'하며 가짜 옹고집이 허수아비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진짜 자리를 되찾은 옹고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음을 고쳐 먹었으니 이전처럼 그렇게 못된 고집으로 사람들을 골탕 먹이지는 않겠지요? 그 뒤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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