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고전 :: 사마천의 사기 1강
요는 임금의 자리를 순에게 물려주었다.
혈통을 좇지 않고 어진 이를 골라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는 일을 선양禪讓이라고 한다.
그 덕이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이 요순 시절을 태평성대라 불렀다.
신화에 따르면 먼 옛날 복희, 여와, 신농이 있었다고 해요. 이를 삼황三皇이라 합니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를 기록하지 않았어요. 역사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와가 진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복희는 뱀의 몸을, 신농은 소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둥 기이한 이야기투성입니다.
사마천은 그보다는 먼 옛날 세상을 잘 다스렸다는 요 임금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요 임금은 인자한 마음으로 세상을 다스렸다고 해요. 백성들을 잘 다스린 것뿐만 아니라 욕심도 없었답니다. 후대의 역사를 보면 임금 자리를 두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는지요. 그러나 요 임금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는 자신보다 빼어난 인물을 찾아 임금 자리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곳곳을 떠돌아다니다 허유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요. 허유는 산에 숨어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요 임금은 그를 보고는 천하를 다스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허유는 마치 해처럼 밝은 인물인데, 횃불 같은 자신이 어찌 임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요 임금은 허유에게 천하를 맡아달라 부탁합니다. 헌데 허유는 도리어 기분 나빠하며 깊은 산속으로 달아나 버립니다.
산속으로 달아난 허유는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었다고 해요.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임금 자리를 맡아달라는 일이 그렇게 나쁜 소리였을까요? 게다가 나쁜 소리를 들었다고 귀를 씻는다니 웃긴 일입니다. 그러나 더한 사람이 있네요. 귀를 씻는 허유를 보고는 소에 물을 먹이는 사람이 물었다고 해요. 무슨 일로 귀를 씻느냐. 요 임금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글쎄 더러운 물을 먹일 수 없다며 소를 끌고 자리를 옮겼답니다.
너무 지나친 이야기 아닐까요? 옛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로 허유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임금 자리를 탐내지 않고 도리어 임금 자리를 거절하는 사람을 바랐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 임금 자리를 탐내지 않는 사람이 임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허유에게 퇴짜 맞은 요 임금은 다시 임금 자리를 물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다행히 젊고 훌륭한 인물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순. 요 임금은 자신의 딸을 주며 순에게 왕위를 물려줍니다. 이렇게 훌륭한 인물을 찾아 임금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선양禪讓이라고 해요. 순 임금은 다시 우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었다 합니다.
예로부터 요 임금과 순 임금 시대를 아름다운 시대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순시대'라는 말이 만들어집니다. 요순시대는 요 임금과 순 임금이 세상을 다스린 시대를 말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임금이 세상을 다스리는 그런 좋은 시대라는 뜻이기도 해요.
순 임금에 이어 임금이 된 우는 물길을 다스리는 일을 했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황하黃河는 중국을 가로지르는 큰 강입니다. 누런 황토색 물이 매우 세차게 흘러갑니다. 비가 오면 강이 넘쳐서 백성들이 크게 고생했다고 해요. 우임금은 강물을 잘 흐르도록 물길을 다스렸다고 해요. 어찌나 열심히 일했는지 정강이에 털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을 들리지 않았다 합니다.
그렇게 우 임금으로 시작한 나라를 '하夏나라'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임금이 자신의 아들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했다고 해요. 요 임금에서 우 임금까지 선양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세습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하나라가 바로 중국 최초의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과연 국가라 불릴만한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그 다음에 일어난 은殷나라가 나라의 꼴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날에도 은나라의 유물이 발견되어 전해지고 있어요. 은나라는 거북이의 배딱지, 짐승의 다리뼈에 구멍을 내고 불에 구워 점을 쳤습니다. 그렇게 점을 친 기록을 뼈에 새겨두었는데 이를 갑골문甲骨文이라고 해요. 이 갑골문이 발전해서 오늘날 한자가 되었습니다.
본래는 하나라처럼 은나라도 과연 실제 있었던 나라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나 훗날 갑골문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사마천이 기록한 것이 그저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갑골문이 발견된 이야기가 좀 우습습니다. 백성들은 갑골문을 보고는 용골龍骨, 그러니까 용의 뼈라고 생각하고 약재로 사용했다고 해요. 이를 우연히 한 고고학자가 발견해서 세상에 알려졌답니다. 자칫하면 약재로 모두 사라질 뻔했네요.
은나라는 꽤 강성한 나라였습니다. 다양한 유물이 은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고고학자들이 갑골문에 새겨진 글을 분석하면서 당시 역사를 새롭게 연구하고 있어요. 참, 은나라 시대는 바로 청동기 시대랍니다. 그래서 청동기 유물도 여럿 발견되고 있어요.
은나라는 부강한 나라였으나 강한 힘을 믿고 횡포를 저지르는 임금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주紂. 주 임금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힘도 강했고 지혜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빼어난 능력 때문에 도리어 폭군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주 임금이 저지른 여러 포악스러운 행위들이 여럿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포락의 형벌'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죄인에게 뜨겁게 달군 구리기둥을 걷게 했답니다. 구리기둥을 걸어 나가면 죄를 사해준다며. 그러나 아무도 살아서 구리기둥을 건널 수 없었어요. 수 많은 사람이 구리기둥 위에서 타 죽었습니다. 그것뿐인가요. 커다란 연못에 술을 담아두고, 숲에는 고기를 걸어두고 매일 잔치를 벌이며 놀았다고 해요. 여기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은나라가 무너질 때가 되었습니다. 나라도 사람과 같아서 건강할 때가 있는가 하면 죽고 사라져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은나라가 운명을 다하고 새로운 나라가 태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은나라 주 임금의 횡포 아래 한 인물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주周나라의 제후 서백 창이었습니다. 그와 그 아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차례입니다.
참, 사마천의 기록에 따르면 은나라 주 임금 곁에는 '달기'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고 해요. 그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주 임금은 더욱 큰 횡포를 저질렀답니다. 그래서일까요. 훗날 사람 가운데는 달기가 요괴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름다운 여인으로 몸을 바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요괴.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가 본래 달기의 본 모습이었다네요. 네, 맞습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달기를 구미호로 묘사하기도 해요.
https://youtu.be/vpEHeHrsBC8?si=leRtcWsw7NIJBB8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