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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28. 2024

하늘의 뜻은 주나라에게

만화로 읽는 고전 :: 사마천의 사기 2강

주는 천명을 거스르고 음행과 폭정을 일삼았다.
이제 나는 무도한 폭군에게 하늘의 벌을 내리려 한다.
하늘의 뜻으로 모여든 제후들이여!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장수들이여!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때가 왔노라!


은나라 주 임금은 못된 짓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주 임금을 말리는 충신도 있었습니다. 바로 '비간'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주 임금에게 폭정暴政, 포악한 정치를 멈춰달라고 말합니다. 충정 어린 소리였지만 주 임금 귀에는 영 거슬리는 소리였습니다. 그렇지만 비간은 주 임금의 숙부뻘이었기에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달기가 나섭니다.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 하옵니다.' 주 임금은 비간의 심장을 도려내고 구멍이 정말 일곱 개 인지 확인해 보았다네요.


주 임금의 못된 정치를 멈출 수는 없을까. 주나라의 제후 창은 덕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주 임금은 그를 유리라는 곳에 가두었지만 다행히 풀려날 수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혼자 큰 일을 이룰 수는 없는 법. 자신을 도울 사람을 만나야 했어요. 그는 바로 강태공이라 불리는 여상입니다.


강태공 여상은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늘 강에 나가 낚시대를 드리웠어요. 그렇지만 낚싯줄에는 바늘을 끼우지 않았답니다. 대관절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그냥 줄을 늘여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여상을 손가락질하며 비웃었습니다. 그의 아내 마씨도 그를 떠나버렸습니다. 


어느 날 서백 창은 사냥을 나가기에 앞서 점을 쳤습니다. '대길大吉' 그게 좋다는 점괘가 나왔어요. 과연 어떤 커다란 짐승을 잡을 수 있을까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점을 풀이하는 신하의 말이 흥미롭습니다. 곰이나 용과 같은 동물이 아니라 '패왕의 보좌'랍니다. 패왕을 도울 인물을 만날 것이라네요. 바로 그날 서백 창은 여상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여상 덕분에 서백 창의 주나라는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어요. 


여상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지금도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강태공'이라 부른답니다. 한편 우스개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낚시란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는 것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낚시에 한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네요. 한편 여상의 이야기와 달기의 이야기를 엮는 애니메이션도 있습니다. 강자아姜子牙라는 이야기인데, <사기>에 실린 강태공 여상의 이야기와 달기의 이야기에 여러 신화적인 이야기를 덧붙인 작품이랍니다. 훗날 사람들이 어떤 상상력을 덧붙였는지를 엿볼 수 있어요.  




서백 창은 늙어 세상을 떠나고 아들 발이 뒤이어 임금이 됩니다. 훗날 서백 창을 문왕文王, 발을 무왕武王이라 해요. 무왕은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크게 군사를 일으켜 주 임금을 칩니다. 주나라 혼자 은나라에 대항해 일어난 것은 아니었어요. 이미 천하 곳곳에서 백성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무왕은 뜻을 함께하는 제후를 모아 주 임금을 상대하기로 합니다.


주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군대와 은나라의 군대가 목야라는 들판에서 부딪혔다고 해요. 은나라 군대는 숫자는 많았지만 강하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마음이 은나라를 떠난 것처럼 병사들의 마음도 이미 은나라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주나라 군대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빨리 폭군 주 임금의 시대가 끝나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주나라 무왕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 임금을 죽입니다. 이제 은나라의 시대가 끝나고 주나라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주나라는 은나라를 치면서 하늘의 뜻을 이야기했어요. 하늘의 뜻이 은나라를 떠났고 이제 하늘의 뜻이 주나라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나라에 맡긴 사명을 '천명天命'이라 했어요. 정말 하늘의 뜻이라는 것이 있어서 은나라를 버리고 주나라에게 옮겨간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는 사람은 누구나 '천명'을 따라 나라를 세웠다고 주장하게 되었답니다.


폭군의 시대가 끝나고 새롭게 덕이 있는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이 되었어요. 모든 사람이 이를 반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백이와 숙제 이야기가 있답니다. 백이와 숙제는 본래 고죽국이라는 나라의 왕자였어요. 고죽국의 임금은 첫째 백이보다 셋째 숙제를 임금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백이는 숙제가 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러나 숙제는 되려 첫째 백이가 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임금 자리를 미루는 상황.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숙제가 완강하게 버티자 백이가 먼저 달아납니다. 그럼 숙제가 임금이 되었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숙제도 임금이 될 수 없다며 달아났어요. 결국 둘째가 임금이 되었답니다. 그가 누구인지 역사에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아요. 


임금 자리가 싫다고 달아났다니 허유를 떠오르게 하는 인물입니다. 백이와 숙제는 나라를 떠나 사이좋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고 해요. 그러다 우연히 서백 창에 대한 소문을 듣습니다. 훌륭한 인물이 다스리는 주나라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백이와 숙제가 주나라에 도착했을 때엔 서백 창은 죽었고 아들 무왕은 은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켜 출진하는 중이었어요.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앞을 가로막고 묻습니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려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당시 주나라는 신하 나라로 은나라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신하 나라로 임금의 나라를 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입니다. 백이와 숙제는 목숨을 던져서라도 무왕을 막고 싶었습니다. 병사들이 백이와 숙제를 해치려 했으나 여상이 막았다고 해요.


그렇게 은나라는 무너지고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세상이 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수양산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고사리를 캐 먹으며 살았다고 해요. 왜 고사리였느냐면, 자신들은 주나라 사람이 아니니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지 않나요? 고사리 또한 주나라 땅에서 나는 것 아니냐고. 결국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죽었다 합니다. 


백이 숙제는 참 답답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폭군이 다스리는 나라인데도 은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니. 훗날 유학자들 가운데는 백이와 숙제를 충신으로 존경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한편 꽤나 순진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요. 백이와 숙제는 묻습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바꿔야 할까?' 못된 임금이 있다고 그를 무력으로 몰아내는 것이 옳을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것이 아닐까요? 똑 부러지는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https://youtu.be/cPi2Wk8P-XY?si=lZhln10ZhxYqgy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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