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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02. 2024

이 두꺼비 어르신 이야기를 들어보게

와파서당 고전논술 초급반

호랑이 대왕의 자리를 놓고 자리다툼이 벌어진 거야.
아무래도 간사하고 꾀가 많은 여우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만 같아.
그때 볼품없이 생긴 두꺼비가 여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어.
과연 숲 속 대왕 자리를 어느 동물이 차지할까?


오룡산 산골에 노루 선생의 회갑 잔치가 열립니다. 지금은 수명이 늘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회갑 잔치를 크게 벌였어요. 회갑回甲이란 갑자甲子가 돌아왔다는 뜻으로, 60번째 생일을 말합니다. 임진년이니 계묘년이니 하는 표현을 들어 보았나요? 전통적으로 햇수를 세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으로 햇수를 세면 60년마다 똑같은 해가 반복됩니다. 예를 들어 2012년이 임진년이었어요. 2072년 다시 임진년이 됩니다. 2012년에 태어난 사람은 그 해에 회갑을 맞아요. 2024년 갑진년에 태어난 사람은 2084년 다시 갑진년이 돌아오는 해 회갑을 맞습니다.


지금이야 60살을 넘어서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많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회갑을 여느 다른 생일보다 크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친척은 물론, 친구, 마을 사람까지 모였답니다. 오룡산 산골 노루 선생의 회갑잔치에도 여러 동물들이 모입니다. 


토끼는 노루 선생의 회갑잔치에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약초를 뜯습니다. 원숭이는 별 생각이 없네요. 잔치에 가 보았자 호랑이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렇답니다. 헌데 토끼의 말에 귀가 번쩍 트입니다. "노루 선생이 호랑이를 초대 안 했다는 소식 못 들었냐고!" 


호랑이는 산골 대장이었어요. 힘도 세고, 성질도 사나워 산골 동물들이 모두 호랑이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 못된 성질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크게 화를 입곤 했어요. 노루 선생의 회갑 잔치에 호랑이가 와서 대장노릇을 하면 어떻겠어요. 잔치라지만 별로 신나지 않을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즐거운 음악이 있어도 제대로 즐길 수나 있겠어요.


노루 선생이 호랑이를 초대하지 않았다니 그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요. 예전에 노루 선생의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일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회갑 잔치에 초대하지 않았어요. 회갑 잔치가 열리고 여러 동물들이 제각기 선물을 가져와 노루 선생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정겨운 이 자리에 반갑지 못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여우였어요. 한편 뭉글뭉글 연기 속에 한 동물이 등장합니다. 몸이 까끌까끌하고 울퉁불퉁한 두꺼비였어요. 자, 이 둘의 신경전이 벌어질 차례입니다. 




동물들은 여우가 얄밉고 불편했지만 호랑이만큼은 아니었어요. 이제 모두 자리에 둘러앉아 잔치를 즐길 시간입니다. 노루 선생의 회갑이니 주인공 노루 선생이 중간에 앉고 각자 자리에 앉으려 하는데 노루 선생의 옆 자리, 가장 윗자리가 비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산골 대장 호랑이의 자리였습니다. 호랑이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자리가 비어있었어요. 그렇지만 그 좋은 자리를 그냥 비워둘 수는 없고... 결국 누가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느냐를 두고 옥신각신 입씨름이 벌어집니다.


여러분을 자리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윗자리를 상석上席이라고 해요. 보통은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가 상석입니다. 윗자리, 상석이 비어 있어 이를 두고 누가 앉는 게 좋을까 설왕설래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분이라면 산골 회갑잔치의 상석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까요? 힘으로도 겨룰 수 있고, 혹은 다른 능력으로 위아래를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끼가 유식한 체합니다. "조정은 막여작, 향당은 막여치"라고 하네요. 사실 이 말은 <맹자>라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조정은 막여작, 그러니까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들 사이에서는 작위가 중요하답니다. 하긴 관직이 높은 사람이 윗자리에 앉아야 하지 않겠어요? 향당은 막여치, 고을에서는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이 많은 어른이 윗자리에 앉아야 한다네요. 여러 동물 가운데 누가 나이가 가장 많을까요. 회갑을 맞은 노루 선생이 가장 어른이 아닐까요?


헌데 여우가 노루 선생에게 대뜸 반말을 하며 나섭니다. 그러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하네요. "난 하늘땅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살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노루에게 당당하게 소리칩니다. "강줄기를 만든 게 바로 나라고, 나!" 여우가 강줄기를 파고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어처구니없지만 이에 맞서는 노루의 말도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앉아서 하늘의 별자리를 잡아 주다가 엉덩이 털이 이렇게 새하얗게 변했단 말이다." 


노루가 꾀를 내었지만 여우는 노루의 말에 한 술 더 뜹니다. 자기가 강줄기를 만들 때는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랍니다. 강줄기를 만들고 한참이 지나서야 별이 떴으니 자기가 더 어른이라네요. '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가 왕'이라더니 여우가 호랑이의 자리를 꿰차는 것일까요? 


잠자고 여우의 말을 듣던 두꺼비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두꺼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젊은 시절 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나무도 쑥쑥 자라고 두 아들도 쑥쑥 자랐답니다. 어느 날 아들들이 제각기 나무를 베어 도구를 만들었다네요. "큰 아들은 나무를 베어 하늘에 별을 박는 방망이를 다듬는다 하고, 둘째는 큰 강줄기를 째는 데 쓸 가랫장부을 만들겠다는 거야." 하늘에 별을 놓은 노루도, 땅에 강줄기를 놓은 여우도 모두 두꺼비보다 한참 아래라는 말입니다. 노루도 여우도 말문이 막혀 두꺼비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어요. 결국 두꺼비가 가장 높은 자리, 상석에 앉았답니다. 




이렇게 두꺼비가 상석에 앉았습니다. 그렇지만 소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요. 누가 더 잘났느냐를 두고 여우가 두꺼비에게 시비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여우와 두꺼비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집니다. 과연 누가 어떻게 이길까요? 이번에도 두꺼비의 말솜씨에 여우가 된통 당하고 맙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다루도록 합시다.


여러분도 친구들과 별것 아닌 것으로 입씨름을 벌인 적이 있지 않나요? 저마다 자기 것이 더 좋다며 자랑을 하다 터무니없는 말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우와 두꺼비의 입씨름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사람들의 모습을 동물에 비유해서 풀어내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처럼 빗대어 지은 이야기를 '우화'라고 해요.


<두껍전>은 동물들이 나오는 우화입니다.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매우 재미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사람이 등장하는 것보다는 동물이 등장하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까끌까끌 울퉁불퉁한 몸을 가진 두꺼비가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두껍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인도에서 넘어온 불교 경전에 실려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속에서는 원숭이, 코끼리, 자고새 혹은 사막새가 등장한다고 해요. 이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자고새 혹은 사막새가 두꺼비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두꺼비가 일상에서 볼 수 있었던 매우 가까운 동물이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이야 두꺼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두꺼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어요. 


조금은 흉측한 외모지만, 파리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유익한 동물이었어요. 그래서 두꺼비가 사람을 돕는 이야기는 이 외에도 여럿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읽는 <두껍전>에서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제 두꺼비가 여우 그리고 호랑이를 혼내줄 차례입니다. 두꺼비의 활약은 다음 시간에! "아, 궁금해 침이 꼴깍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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