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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an 18. 2018

25일의 기억

“모든게 리셋 되는 기분이야.”


그대는 한국의 삶을 정리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난 지 140일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 그대는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을 아끼고 아끼다 말했다.


“모든게 리셋 되는 기분이야”


17년, 가을이 시작되던 날 인도 리시케시에 갔다. 요가를 배우고 싶었고 명상을 하고 싶었다. 나혼자 숨겨 두고 가끔 생각에 빠져 히말라야를 그리워 하고 싶었다. 내 몸은 인도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히말라야로 가득 차 있었나보다. 한 달 일정중 마지막 10일을 포카라에서 지내기로 했고 그곳에서 그대를 만났다.


3개월이 지난 후 지난 달 크리스마스에 그대를 만나러 포카라에 갔다. 25일간 꿈에 젖어 있었다.  

꿈 같았던 시간은, 달콤한 꿈처럼 야속하게도 빨리 흘러버렸고, 우리는 같은 날 다른 시간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 하루 하루 애쓰지 않고 덤덤히 시간을 누렸다. 어스름한 새벽 페와 호수를 걷다 해가 뜨기 직전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을 보았다. 낮엔 테라스에 앉아 맥주와 티 타임을 즐겼다. 별들이 반짝 빛나는 밤엔 작은 테이블 위에 치즈와 스낵을 준비해 와인을 마셨고, 손님이 있을 땐 추억에 잠길만한 노래를 함께 들었다.

모닥불이 있어 춥지 않았다.


꿈에서 깬 듯 불과 3일전 포카라의 밤이 너무 멀어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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