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17년 3월에 지프차량의 고장으로 우리는 비포장 도로 산길에 멈춰섰다. 2시간 가량 나는 길에서 서성였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쏘롱라 패스를 넘고 묵티나트에서 좀솜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호주에서 왔다. 한참을 앉아있었다.
설산에 압도 당하던 내 눈이 그녀의 뒷모습에 다시 매료 되었다.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몇장 남겼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뒷 모습에서 나 또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 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새 차량이 오기까지 그렇게 넋놓고 바라보다 또 바라봤다.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한기가 서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바라봤다.
다시오자 다시오자 몇번을 속으로 말하며 다짐했다.
17년 8월에 바라나시 보트투어 하던 날 나는 그녀의 뒷 모습을 담았다. 조용히 휴대폰을 들고 붉게 타오르는 가트를 배경으로 담고 싶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이곳을 느끼고 싶었다. 그녀 역시 그랬을지는 모르겠다.
이 시간이 이 장소가 이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속내도 모르고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하게 만드는지.
세상은 어쩌자고 속내도 모르고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는지 떠나는 발걸음 무겁게 만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