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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시작

예비 신부, 동성 스토킹의 피해자가 되다

by 탱e Dec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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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일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결혼을 앞두고 일어났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인생은 도로 같은 거라서 내가 아무리 안전 운전을 해도 옆에서 덤프트럭이 마음먹고 들이받으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내공을 잘 쌓아야 한다고. '


나이가 들면서 느끼지만, 이 세상 엄마 아빠의 말은 언제나 (대부분) 옳다.


"동성 스토킹, 주거침입, 섹스파트너, 상간녀, 상간남"


모 언론에서 개인의 사적인 이혼 보도를 한 배경에는 기괴한 형사 사건이 그 시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모 언론에서의 나는 '남편의 섹스파트너에게 동성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였다.


20여 년 간 열심히 가꿔온 나의 일상은 일면식도 없는 연상의 여자에게 1여 년 간의 '동성 스토킹'으로 하루아침에 저급한 막장 드라마에 엮이게 되었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통해 범인은 연상의 여자는 유부녀이며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니고, 오랜 기간 섹스파트너(본인들이 직접 관계를 정의할 때 쓴 표현이다)인 것이 드러났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스토킹 한 경위는, 어긋난 질투와 자격지심이었다. 본인은 유부녀인데 대체 뭐가 그리 질투가 났는지 정상적인 사고에서는 공감하기가 썩 어렵다. 덕분에 나는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처럼 피 말리는 1년을 보냈다. 이제 그 얘기를 소상히 기록해보고자 한다.


23년 2월, 유독 국제회의가 많아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나는, 격주로 국외출장길에 올랐다.


여느 때처럼 인천 공항에 도착해 출장 자료를 정리하고 수속을 밟던 중, 한 계정이 나에게 팔로우 신청을 여러 번 보냈다.


평소에도 종종 모르는 계정들이 팔로우를 걸었기 때문에 여의치 않으려던 찰나, 그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어버렸다. 프로필 사진에는 내가 당시 출장에 가져가기 위해 들고 있던 캐릭터 목베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캐릭터 목베개는 프리마크라는 유럽 SPA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이라, 한국에서 그리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같은 제품일 수 있겠다며 애써 진정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비웃기라도 하듯 그 계정은 또다시 나에게 디엠 요청을 보내왔다.


디엠으로 받은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그날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평소 나와 남편이 오순도순 요리하던 주방 싱크대, 출장 전이라 깔끔하게 치워두고 온 그 상태 그대로를 누군가 촬영해 나에게 보냈다. 이 계정은 마치 나에게 집에 침입한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듯 공유기까지 찍어 보내는 기행을 이어갔다.


당시 나는 범행을 기록하기 위해 캡처를 했고, 당장이라도 집에 돌아가 경찰에 신고하고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출장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 나는 처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후 공황장애 증상을 앓았고, 출장지에 도착하자마자 과호흡으로 로컬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험을 했다.


남편에게 곧바로 이 사실을 알렸고, 남편은 걱정 말라며 당장 경찰에 신고해 두겠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소름 돋는 동성 스토킹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불상의 계정은 수시로 그 계정을 통해 내가 자주 착용하는 옷, 아이템, 내가 그린 그림, 내 침대보, 고양이 용품, 스탠드, 이불, 베개.. 등을 올리거나 게시물로 등록하고 나와 친구들에게 무작위로 배포하는 등 광적인 집착으로 스토킹을 이어갔다.


차단을 하고 경고를 하고 감정에 호소를 해보기도 하며 그만 멈춰달라고 했지만 불상의 계정은 이러한 나의 아우성을 즐기기라도 하듯, 스토킹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범해지고 또 교묘해졌다. 어느 날은 나에게 미친 듯이 디엠을 보내다 내가 디엠을 보지 않으니, 돌연 게시물에 나와 내 친구들을 태그 했다. 그 게시물에는 내가 남편에게 그려줬던 그림과 식탁 테이블이 올라와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남편에게 경찰 신고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물어봤다.


당시 직장에서 바쁜 역할을 맡고 있었던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일과 때문에 형사님과 조사 일정을 잡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눈물 흘렸다. 그렇게 호소하는 그를 보며, 나는 보호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일주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불상의 계정의 음침한 스토킹으로 인해 하루하루 공황 장애가 심각해져 회사를 그만둬야 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나의 남편은 스토커와 어떻게 하면 내가 신고를 하지 않도록 하고 둘의 오랜 '10분 섹스파트너' 관계가 들통나지 않을지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


다소 멍청하고 비겁했던 나의 남편은, 본인의 섹스파트너에게 단독 범행인 것처럼 자백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라고 시켰다. 조금 더 멍청했던 그의 섹파는 남편 말만 믿고 냅다 본인의 신원과 범행을 자백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마 입건된 지금, 스토킹 범죄자가 될 입장에 처한 그녀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덕분에 IP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인스타 계정과 그간의 스토킹 범행이 누구 소행인지 너무나도 손쉽게 특정되어 추후 피해에 대한 형사 처벌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물론, 신고하기 전날까지 둘의 관계를 섹파로 알지는 못했다. 내 남편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단순히 미친 여자가 벌인 일종의 소름 끼치는 해프닝 정도로 몰아가려 나에게 정신과 약을 복용하게 하고, 내 카톡을 검열하며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간섭하기 시작했다. 원가족의 연락도 남편이 보는 앞에서, 스피커 폰으로만 할 수 있었다. 모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와이프를 보호하기 위한 남편의 보살핌'이라는 명목 하에 그는 모든 걸 검사하고 통제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부녀인 남편의 섹파의 기괴한 스토킹으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앓았고, 오랜 기간 맡아온 업무에서 제외됐고, 내 인생을 걸고 쌓아온 커리어가 한 순 간에 무너져버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가끔은 소름이 돋는다..


그녀의 추가적인 범행은 경찰 조사를 통해 더 드러나게 되었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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