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출장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직업상 국외 출장이 많아도 너무 많은 나는, 늘 비행을 불평하지만 실은 죄책감 없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웬만한 두 자릿수 비행시간도 한숨 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기내에서 영화를 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출장 전날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회의 준비를 하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때문에서다. 쪼금은 짠한 이유。 ゚(゚´ω`゚) ゚。
여느 때처럼 피곤함에 찌든 채 오른 런던행 비행기에서 완벽한 타인을 정주행 했다. 정확히는 두 번이나! 옆자리 승객분이 초집중해서 보고 있는 영화가 문득 눈에 들어온 게 그 시작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극 중 인물들이 묘하게 공감되서였을까.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남들이 모르길 바라는 비밀의 삶.
어쩌면 삶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일상적인 모습도 저렇게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개의 삶을 동시에 사는 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 세 개의 삶이 서로 괴리감이 클수록,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극 중에서는 공적, 개인적, 그리고 비밀의 삶으로 기준을 잡았지만, 나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하나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삶과, 또 하나는 실제 내가 사는 삶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비밀의 삶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도?)
출장행 비행기라 그랬을까, 유독 뜨끔(!)하며 숨죽여본 영화였다. 마치 인스타에서는 행복해 보이는 나의 출장기가 실제로는 잠도 못 자고 실국장님께 혼나가면서 눈물바가지일 때가 더 많은 것처럼, 서른이 된 지금, 공적으로 보이는 삶보다는 피부로 직접 느끼는 내 삶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도.. 의문의 1승을 거머쥔.. 퍼거슨 감독님╭(°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