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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e May 15. 2024

스물아홉, 내 얘기가 기사에 나오다

스물아홉 결혼, 서른 이혼

누군가는 말한다.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고. 그 인연을 만나게 되면 물 흐르듯 결혼을 하게 된다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연애는 여자가 리드해야 하지만, 결혼은 남자가 밀어붙여야 가능한 거라고.


내 경우가 딱 그랬다.   


2022년 스물여덟의 나는, 오랜 기간 연애를 끝내고 소개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결혼을 염두에 둔 다소 건조한 만남으로 지쳐가던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별 기대 없이 남편과의 첫 만남을 하러 한 와인샵으로 향했다.


남편은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적극적인 동시에 가장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남편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찾던 사람이구나',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나를 만난 첫날, 나에게 고백했고 두 번째 데이트에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만난 지 2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받았고,

만난 지 3개월 만에 식장을 잡았고,

만난 지 4개월 만에 혼인 신고를 했다.


남편은 내 자체가 본인의 이상형이라고 했다. 그동안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람이 나였다고, 그래서 나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나와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드라이브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곤 했던 그는, 내가 존재하는 게 믿어지지 않고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마도 이게 지금 내게 일어난 지옥에 대한 복선이었던 것 같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당시 나는 2주마다 유럽, 미국으로 국외출장을 다니고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휘몰아치는 촘촘한 회의 일정과 시시각각 수정해야 하는 갖가지 발언문들, 참석해야 하는 비공식 일정까지.. 바쁜 출장 일정 탓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던 나는, 귀국길에는 남편을 위한 선물과 편지를 한 아름 사서 가곤 했다. 비행기에서나마 연락을 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결제해보기도 하고, 남편이 좋아할 만한 기념품을 수시로 찾아다니곤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남편은 수술이 늦게 끝나거나 당직일 때를 미리 바꿔서 내가 출국할 때 그리고 귀국할 때 꽃다발과 편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양손에 들고 늘 데리러 오곤 했다. 내가 혹여나 아프기라도 하면 새벽에도 편도 2시간 거리를 달려오곤 했다. 오히려 남편은 내가 출장이나 일이 바빠 얼굴을 잘 못 봐서 속상하다고, 그래서 결혼하면 이렇게 바쁜 일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런 사랑스러운 푸념을 하던 사람이었다.


남편의 저돌적인 구애, 예비 시댁의 적극적인 지원, 친정의 우려 섞인 참견 속에 결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살림을 합치고 싶어 했던 남편은 신혼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신혼집이 정해지기 전까지 남편이 당시 살고 있던 병원 근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결혼식 준비가 한창일 때, 딸 가진 나의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다며, 남편과 시부모님은 혼인신고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몇 번의 고민, 몇 번의 소극적인 거절, 몇 번의 언쟁 끝에 시어머니의 호통 속에 혼인신고를 마쳤고, 떨떠름한 채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저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22년의 나.. 스테이.. STAY!!!


22년 결혼을 약속하고,

23년 결혼을 했다. 그리고 24년 이혼을 한다.


나의 이혼 소송은 모 언론의 보도로부터 시작되었다.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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