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이란? 혹은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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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사람 : 최창규[changkyu]
보낸시간 : 2019-03-20 10: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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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도서 추천 도서]
# 수신 : EC팀원 전체
EC팀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할 때도 있지만,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하루의 시작을 미세먼지 확인과 함께 시작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지만요.
내일은 춘분이에요.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이지요. 우리가 초등학교 때(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은 국민학교 때!)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3~5월이 대략 봄이라고 배웠지만 실상 봄은 90일 가량입니다. 여름이 가장 길고(118일), 가을이 가장 짧아요(69일). 겨울은 87일입니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 = 25% : 32% : 19% : 24%)
봄이 짧게 지나가는 이유, 가을이 정말 금세 사라지는 이유가 심정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길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
봄을 맞아 詩를 한 편 옮겨 적습니다.
서정주, 「봄」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여, 피가 잘 도라…… 아무 病도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아름다운 봄을 맞아, 갑자기 시인은 왜 슬픈 일이 있어야겠다고 이야기 했을까요?
슬픈 일이란 뭘까요? 혹은 행복이란 뭘까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책 『굿 라이프』를 잠깐 살펴 보겠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35637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행복이라는 것은 로또의 당첨이나 좋은 여행지를 방문했다, 좋은 곳에서 식사를 했다와 같이 우연히 찾아오는 복(Event) 혹은 순간의 감정/기분이 아니라, 굿 라이프(좋은 삶)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삶이란 긍정적인 감정의 총량이 부정적인 감정의 총량보다 많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미술관에 가는 이벤트 그 자체가 아니라 미술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는 것(inspired),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attentive),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는 것(interested) 등입니다. 행복은 특정한 Event를 좇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라는 것이죠.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행복한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 '행복'이라는 어떤 특수하고 개별적인 감정을 경험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경직된 사고가 우리의 행복을 억압했을 수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만족하고 이미 감사하고 이미 고요하고 이미 즐거우면서도, 여전히 행복이라는 파랑새 같은 감정을 경험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 최인철(2018), 『굿 라이프』, p.38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정주 시인이 이야기 하는 슬픈 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관심 있는”, “영감을 받은”, “활기찬” 등의 긍정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죠. 혹은 봄이라는 상황이 너무 긍정적인 상황이고 활기가 넘치니까 오히려 역설적으로 슬픈 일이라도 있어야겠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랜만에 책 추천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네요.
『굿 라이프』를 한 번 읽어보시고 (혹은 최인철 교수님의 또다른 저서 『프레임』도 함께) 행복한 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