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이 번아웃 극복에 도움을 주는 이유

번아웃된 워킹맘이 만든 리폼 커뮤니티

by 진심어린 로레인



2년 전, 몸과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다운되던 번아웃 시기를 견뎌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몇 가지 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땅 속 아주 깊은 곳에서 다져지는 다이아몬드처럼, 인생 흑암기에 선물처럼 얻은 리추얼이다.


바로 리폼.

종종 옷 수선이라고 써붙여있는 가게들을 지나갈 때면, 리폼은 나와 상관없는 먼 주제라 여겼다. 홈패션 미싱 바느질은 어렵기도 하고, 굳이 옷을 다시 수선해서 입어야 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리폼에 입문하기 전까지 말이다.


꽤 오랫동안 데일리 백으로 메고 다니던 얼룩말 무늬 에코백 정리하고 난 후, 나는 그 가방을 대체할 비슷한 재질의 가방을 찾아다녔다. 시중에서 보이는 건 광목천으로 만들어진 에코백뿐, 내가 원하는 부들부들 면의 적당한 사이즈에 맨 듯 안 맨 듯 몸에 착 달라붙는 에코백은 찾기 어려웠다. 까탈스럽게도 나는 그 어떤 에코백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을 아무 가방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러다가 번아웃으로 퇴사하고 한가로이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바뀌는 계절에 옷장을 정리해볼 참이었다. 입지 않았던 옷들을 뽑아 침대에 쌓던 중에 순간, 손에 착 감기는 블라우스 하나. 잠시 잊고 있었던 에코백 질감이 떠올랐다. 펄과 셔링의 포인트를 가진 마시모두띠 하얀 블라우스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게 에코백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옷 정리를 스탑 하고 식탁에 블라우스를 착 올려놓고 찬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러나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위축된 자신감이 또 '실패'하면 어쩌냐.. 하는 소심 모드를 만든 것이다. 에잇.. 그만두려는 찰나!


"실패해도 고작 옷 한 벌이잖아, 그것도 안 입는 옷인데!"


머릿속을 스치는 응원의 메시지에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A4용지에 대략 블라우스를 에코백 형태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제한된 옷 한 벌은 부담 없이 적당한 창작 욕구를 발휘하게 했다. 팔은 소매로 만들어 볼까? 소매의 셔링을 앞주머니로 만들까? 혼자서 자유로이 디자인하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이 내 위축된 자신감을 다시 올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 제대로 된 바늘쌈도 없던 새댁이라서 대략 옷핀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시침질을 해봤다. 처음엔 가위도 대기 힘들었는데 점점 자신감이 붙어 거침없이 잘라 모양을 만들었다. 그러나 완성까지는 또 다른 허들이 있었다. 마감을 위한 바느질.


리폼 초보인 나에게 베테랑인 시어머니는 큰 힘이 되었다. 주말 시댁으로 달려가 어머니한테 미싱 작동 방법을 배우면서 디테일을 조정하며 에코백을 완성해 나갔다. 그렇게 나의 1호 리폼 템이 완성되었다. 안 입는 옷이 일상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된 것이다. 그 해 봄, 여름, 하얀 에코백은 유일무이한 나의 애정 템이 되었다. 책과 아이패드를 담은 에코백 하나만 있으면, 공원으로 카페로 자유로이 떠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즐겁고, 자신감의 회복에 도움을 주었기에 나는 그 뒤로도 계속 아이템을 만들었다. 블랙 물방울무늬 원피스로 가을 겨울 에코백을 만들고, 아버님의 30년 된 빨간 니트로 노트북 케이스를 만들고, 연애할 때 입던 코트로 손가방을 만들고... 쉬지 않고 이어진 리폼으로 회복된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과정을 나누고 싶어졌다.



늘을 사는 지친 현대인들이

소한 리폼으로 힘을 얻는

커버리 프로그램,

오소리 (오래 소비하는 리포머)



환경, 제로 웨이스트적 관점의 리폼이 아닌

나의 회복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우리의 회복, 지구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의미 있는 걸음에 지지를 해준 <숲과나눔> 재단 덕분에 풀씨 8기, 9기에 선정되어 즐거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첫 워크숍에 50명의 오소리를 모집했고, 커뮤니티 중 한 분이 나에게 "대빵 오소리"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얼마나 유쾌한 닉네임인지 (감동 감사!!)



제 본격적으로 매월 워크숍과 피크닉을 열어 더 많은 오소리들과 마음을 토닥이는 대화를 나누고 리폼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평소에는 오픈 카톡방에서 일상의 리폼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은 9월 온오프라인 피크닉 모집 중이다!


https://forms.gle/XmqSFZxchYuQ5cL69

곧 마감이니 서둘러 신청하시고

오소리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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