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연재하는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굳은 어깨에 겨우 기지개를 켜듯이 찌뿌둥한 문장들을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하겠지...
돌아보면 나에게 글의 집중 트레이닝 기간은 3~4년이었다. 매주 A4용지 한 장의 글을 완성해 내는 과제를 두고 운영되는 글모임을 통해 혼자서 하기 어려운 글쓰기 습관을 겨우 만들어가면서 글의 재미를 발견해 나갔다. 생각을 집중하고 앉아서 쓰는 행위에 익숙해질 무렵 마음도 단단해져 감을 느꼈다. 꼬여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이 풀리는 후련함은 그동안 그 누구와의 대화, 어떤 스트레스 해소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평생 가져갈 리추얼을 몇 년에 걸쳐 만들어놓았는데 풀타임 근무 등 일상의 변화로 루틴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음에 다음에 라는 피곤에 쉽게 타협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튼 오늘 아침은 선선하게 창문을 열고 그리 차지 않은 봄바람을 맞으며 글을 써본다.
글쓰기를 미루기만 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는 그 시간들의 기억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 매일이 스파클링 모먼트였을텐데 기록이 없으니 그저 투박하게 토막 난 시간의 덩어리로만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이 성큼 자란 만큼 켜켜이 순간순간의 말과 행동들이 쌓여있을 텐데 그런 모든 글감을 놓쳐버린 것 같아 아쉽다.
다음으로는 내 모습을 회고할 기회가 사라진 것. 일상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했던 태도가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다. 글을 쓰면서 엄마나 아내로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더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진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도 사실인데, 그런 개인적인 회고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아쉬울 뿐.
마지막으로는 필력이 떨어지는 것. 좋은 습관을 들여도 나태함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잠식한다. 글을 쓰는 것은 오감을 활용해 집중하는 나름의 예술행위인데 무디게 해 버린 것이 아쉽다. 웃프게도 유튜브나 단편적인 영상으로 접하는 매체에 단순하게 사고하는 것에 쉽게 길들여졌다. 그러다 보니 다시 글을 쓰는 지금 적절한 어휘를 빠르게 떠올리기도, 나만의 좋은 문장을 써가는 것들이 이렇게나 더디고 어렵게 느껴다니 속상하다.
글쓰기는 칼처럼 계속 갈고닦는 것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물론 그 사이 나에게도 새로운 스킬들이 생긴 것도 있다. 업무와 연관되어 낯선 툴들을 익혀나갔고 다른 타입의 문서들을 작성하면서 새로운 업력을 키웠다. 이제부터는 다시 내 리추얼과의 밸런스를 잘 잡는 삶을 살아야겠다.
지금은 나와 우리 가정에 꽤 중요한 시기니까. 더 놓치지 않고 기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