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내가 다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무색하게 벌써 출근한 지 한 달. 시간이 폭포수 흐르듯 빠르게 흘러갔다. 가정 운영이 삐그덕 대지 않도록 바통터치하듯 육아휴직한 남편의 조력에 맘 편히 초반 적응에만 신경 썼다. 그럼에도 무사히 내가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엄마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아이들의 듬직한 태도가 한몫했다.
출산 후 엄마 아이덴티티로서 늘 내가 하던 아이들의 등하교(원)를 하지 않으니 처음엔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듯 어색함이 감돌았다. 정시 출근에 맞춰 나가야 하니 아이들을 챙기면서 준비하는 부담을 더는 것만으로도 한결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고, 퇴근 후엔 늦게까지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 교실에서 기다릴 아이를 생각해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일의 성격도 프리워커로서의 삶에서 조직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다른 환경에 놓인 셈이다. 다른 잡생각을 덜고 하나의 일에 집중하니 여러모로 일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갑작스러운 풀타임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얼떨결에 이뤄져 과정에 여러 가지 고민도 많았고 체력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팀과 도움받을 수 있는 가족이 만든 합작품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감사할 뿐이다.
아이들 신경을 덜 쓰는 만큼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었다. 그에 비례해서 육아에세이를 쓸 글감(에피소드)도 줄어드는 현실이 맘이 아프다. 항상 손잡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대화하던 시간이 줄어든 결과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니까.
아이들은 가끔씩 콧물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등 앓으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갔다. 하루는 잠든 아이의 모습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그 옆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 때까지. 아이 이목구비를 보다가 손바닥을 마주해 온기를 나누었다. 유독 큰 편인 큰 아이는 허벅지가 언제 이렇게 굵어졌나 양손으로 나무 굵기 재듯 잡아보는데 안 잡힐 만큼 통 통해졌고, 발은 머지않아 내 신발 사이즈를 따라올 정도로 속도감 있게 자라고 있다. 그래도 아직 내면은 아기라는 것을 잊으면 안 돼!
하루는 밥을 먹고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하려는데, 쪼르르 다섯 살 난 작은 아이가 따라왔다. 자신의 칫솔을 꺼내 입에 물더니 거울에 비친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입을 뗐다.
“엄마, 며칠 만에 보니까 쫌 예뻐진 거 아니에요?!”
뜻밖의 스위트한 고백에 나도 모르게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아이도 나를 따라 웃으며 한 번 더 그 말을 건넸다. 엄마를 며칠 만에 자세히 본 건지 더 예뻐진 것 같다는 거다. 며칠 만에..라는 그 단어가 내 마음에 쿵 하고 떨어졌다. 나름 퇴근을 즉각 즉각 했는데도, 집에 오면 아이들과 밥 먹고 씻고 재우는 루틴이라 찬찬히 서로를 관찰할 일상의 여백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니까. 해맑은 아이의 표정에서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을 아이만의 반전매력으로 뭉클한 문장에 담아낸 것이 놀라웠다.
아이와 나는 한참을 거울 속 서로의 모습에 킬킬 거리며 양치를 이어갔고, 그건 아이에게 확실히 기억남을 이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내 진심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엄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는 맑은 수정체 같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비유하자면, 다이아몬드 결석이 작은 빛만 흡수해도 엄청난 눈부심을 선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아름다운 반짝임에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고.
고마워. 얘들아!
엄마랑 지금의 시기를 잘 이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