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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동차 보험을 사용한 날

혼을 쏙 빼놓는 경험을 하고 호흡을 고르며

by 진심어린 로레인



오늘이 드디어 금요일이구나! 속으로 외치며 기분 좋은 기상을 했다. 한주의 끝이자 주말의 시작을 산뜻하게 시작해 볼까? 아침 러닝을 하기 위해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갑자기 시작된 폭우로 일주일 내내 강제 휴식을 하다가 오랜만에 개인 하늘을 보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러닝을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 반이 되어간다. 늦깎이 러닝을 시작한 거라 무릎도 아끼고 적당한 호흡을 고르며 페이스 유지를 위해 애쓰는 중이다. 온몸의 땀을 쭉 빼고 나면 그만큼 쾌감이 크기 때문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서 평소보다 150% 거리를 더 달릴 수 있었다. 쿨다운을 하면서 어느새 나도 러닝에 좀 더 능숙해진 건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완벽한 하루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에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비가 다시 오는 흐린 날씨지만, 마음만은 쨍한 하루의 시작으로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한 치 앞도 모르고.


회사 일정이 많아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평소보다 이동하고 활동하는 일정이라 남은 기운을 끌어내 소진시켰다. 퇴근길에 오르면서 오늘만은 버스를 탈까 생각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애매해 그냥 발걸음을 뗐다. 집을 향해 가는데 왠지 모를 짜증이 올라왔다. 아침이랑 사뭇 다른 지친 상태에 스스로 못마땅함을 느꼈다.


아직 업무는 끝나지 않았고, 사수와 통화를 길게 나누다가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늦어졌다. 빠듯한 시간 내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면서 남은 통화를 이어갔다.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야 통화를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급히 차에서 내렸다. 아이는 배고팠는지 선생님이 사준 과자를 한입 가득 입에 넣고 있었다. '너도 나보다 더 애쓰고 있구나' 싶어서 안쓰러우면서도 쉽게 따뜻한 제스처를 내긴 어려웠다.


집에 가면 큰 아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서둘러 이동해야겠다는 생각뿐.


그렇게 어린이집 앞에서 차를 후진해 빼려는 차, 평소보다 골목을 나오는 길의 2차선이 분주했다. 평소처럼 후진하여 차를 빼려는데, 갑자기 차선에 정차한 차를 보고 반대편 차선으로 진입해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진을 하는데, 갑자기 '퍽' 백미러로 보이지 않던 차 한 대에 그대로 차를 박았다. 잠깐 정차되어 운전자는 내린 상태에서 그 사이 앞범퍼와 운전석 차문 사이를 약간 박아버린 것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정차한 차들이 많구나 새삼 느꼈다.


와 이렇게 첫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30대 들어서면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보험을 처음 부르는 순간을 7년 만에 이렇게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미리 이런 상황을 염두해 대비를 해놨더라면 좋았을 걸. 사고 처리에 전혀 지식이 없었다. 2차선을 정말 가로질러 차를 박았으니... 더 정신이 없었다.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양쪽에 이동하는 차들이 있어서 차를 우선 갓길로 뺐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사고 난 차량 상태를 살폈다. 상대측에 사과를 하고 처음 사고 낸 터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전화를 좀 걸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필, 수십 분째 연결이 안 되는 상황. 그사이에라도 나는 더듬더듬 사고수습 과정에 도움을 받을 사람들과 통화를 했고, 애써 우리가 가입된 보험을 떠올렸다. 실비보험회사랑 자동차 보험 회사가 헷갈렸지만, 겨우겨우 사고접수를 하고 출동매니저가 오기를 기다렸다.


가벼운 접촉 사고였지만, 처리하는 데에만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썼다. 헤맨 시간이 반이 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분은 센터에 차를 맡겨 수리하기로 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마지막에서야 도착한 남편 덕분에 집으로 편하게 돌아왔다.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아이들이 옆에 와서 같이 한참 누워있었다. 그 상황을 곱씹어보니, (이미 낸 사고를 돌이킬 수는 없으니) 좀 더 능숙하게 처리했더라면, 나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패닉의 상황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에 신경질 난 상대 운전자, 아이들의 보챔도 혼을 쏙 빼놓는 요인이 되었다.


주말의 시작을 이렇게 하게 된 것이 못내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래서 얼른 털어버리기 위해 오늘 일을 글로 남기로 했다. 앞으로 사고는 이렇게 처리해야 한다는 정보도 남기고 말이다.

<구글 ai 출처>

1. 사고 발생: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비상등을 켜서 다른 차량에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2. 사고 확인 및 조치: 부상자가 있을 경우 응급처치를 하고, 사고 현장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사고 목격자를 확보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보험회사 연락 및 사고 접수: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사고 접수를 합니다.

4. 담당자 배정 및 현장 출동: 보험사에서 사고 담당자를 배정하고, 필요에 따라 현장 출동을 합니다.

5. 사고 조사 및 보험금 지급: 담당자는 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 상황을 겪으면서 감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1) 나와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 (약간의 구역질이 있지만 큰 증상이 없어서 다행)

2) 상대 운전자와 탑승자가 타고 있지 않은 차를 박았다.

3) 애매하게 범퍼와 운전석 차문을 박았지만, 큰 수리가 아니라는 점도 다행이었다.

4) 정신을 차리고 사고접수를 바로 할 수 있었던 것과 빠르게 연락이 닿아 출동해 준 보험사가 있었다.

5) 침착하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이 있었다.

6)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사고라는 것이 감사하다.

7) 다시 아이들을 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8) 털어내고 사고를 재정리하는 방법이 글쓰기여서 감사하다.

9) 조심하고 신중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다시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10) 더운 날씨의 사고가 아니라 약간 흐리고 선선한 날씨라는 것도... 불쾌지수를 낮출 수 있었다.




그래도 다시 사고는 내고 싶지 않다.

한 번이면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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