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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Sep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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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그게 처음이었다. 아는 사람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떠난 할머니에게 자기와 가까웠던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들 돈이 없어 손 떨며 사는 걸 아니까 조의금 같은 건 절대로 들고 오지 말고 편하게 와서 밥만 먹고 가라는 부탁 때문이었다. 우린 슬퍼하는 마음도 없이 한 시간 거리를 때로 웃고 때로 침묵하며 걸어갔다. 도착해서 위로를 건네고 절을 하고 아무도 밥을 먹진 않았다. 아픈 다리와 고픈 배를 하고 또 한 시간 거리를 걸어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숙연함이나 슬픔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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