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 글쓰기
Porto v2
드디어 마지막.
# 1년만에
1년만에, '2년만의 신혼여행' 기를 마무리 한다.
나름대로 기억하고 싶었던 토막들을 어디 따로 메모해두기 보다는 이런 플랫폼에 기록해보고 싶었다. 나중에 메모지를 찾는 것보다 이런 플랫폼에 남겨둬야 찾기도 쉽고, 보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언제라도 나의 신혼여행 기억을 꺼집어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 포르투 관광
포르투는 관광보다는 여행에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관광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포트와인들이 즐비한 와이너리 투어. 이건 꼭 관광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일 크고 오래된 와이너리를 검색해서 티켓팅을 해야 한다. 5년 전에 혼자 이 도시에 왔을 때는 포트와인을 마시기만 했지 이렇게 와이너리 투어를 할 생각까지는 미쳐 하지 못했었다. '굳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단순 지식차원에서 포트와인을 접근하려면 구글링으로도 충분했고, 포트와인 자체를 마시는 것이 좋았지 어떤 브랜드의 포트와인이, 어떤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까지는 궁금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와이프와 함께 신혼여행을 오게 되니 같이 이야기할 것도 필요했고, 같이 관심가질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Graham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왔다. 옛날 영국의 위스키 상인들 이야기 부터, 포트와인의 제조과정, 종자의 개량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반적인 히스토리까지.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포트와인의 전통적인 제조는 여러사람이 발로 정성스럽게 짖니겨 밟는 것이었다. 부드럽게 포도 알알을 으깨면서 즙을 짜서 만드는 과정을 와이너리 투어 중에 보니 사실 포트와인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달아났었다. 와이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와이너리 투어 막바지에 제공 되는 시음을 곧잘 먹었다. 결국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나는 공짜를 너무 좋아했다.
포르투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게 '프란세지냐'다. 이 음식도 포트와인 와이너리 투어 만큼이나 포르투에서 꼭 해보야 하는 관광코스다. 사실 먹고 나면 그냥 데미그라스 소스에 계란토스트를 먹는 것이지만 '프란세지냐'라는 음식명이 주는 감성이 다르다. 더구나 포르투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세간의 홍보문구는 이 음식을 특별한 관광요소로 만들어 준다. 내 입맛에 꼭 들어 맞지는 않는 맛이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스페인 북부와 포르투는 대구요리가 유명하다. 직전 글에서 소개한 식당 이름도 '대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르투에서 제일 유명한 탑인 '클레라고스 탑' 근처에 'Casa Portuguesa do Pastel de Bacalhau - Clérigos'라는 곳에서 일종의 대구 고로케를 판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포트와인을 파는데, 작은 유리잔과 유리잔을 꽂은 종이판을 함께 준다. 기념품으로 삼기에 좋다.
# 마무리
2021년에 결혼을 하고, 2023년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2년의 텀은 세기에 기록 된 'Covid-19' 탓이었다. 근데 마냥 나쁘지 많은 않았다. 8년의 연애 와중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은 완전 새로운 생활양식이다 보니, 결혼 하자마자 신혼여행을 왔더라면 이 때 만큼 기억에 남았을까,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년 간의 신혼생활이 있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접점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그 덕에 여행을 하면서 싸울 법한 상황에서 서로 잘 회피를 했고, 서로 행복할 상황이 더 잦았고 더 행복했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사실 신혼이라는 기준은 애매하다. 언제까지를 신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결혼이, 우리의 관계가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면 그 순간마다가 신혼이지 않을까. 그렇게도 정의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얼마 전,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신혼여행기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우리의 또 다른 신혼이 시작 된 것이 여러모로 뜻깊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