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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Utiful Dec 18. 2017

빈센트 반 고흐의 캔버스를 물들인 일본 미술

빈센트 반 고흐와 자포니즘(Japonism)

고흐가 생전에 Master라고 칭한 사람은 밀레 밖에 없을 정도로, 고흐는 밀레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사실 고흐에 화풍에 영향을 미친 것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Japonism이에요. Japonism은 19세기에 유럽에 불기 시작한 일본풍을 말하는데, 빈센트는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대요. 하지만 파리에서는 일본 문화의 열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1886년 고흐가 파리로 이주할 무렵 자연스럽게 (밀레를 잠시 뒤로하고...)  Oriental Art에 눈을 뜨게 된 거죠.


파리로 오기전 앤트워프에서 잠시 머물렀던 고흐는 이곳에서 처음 일본 목판화를 구입했어요. 그리곤 방에다 그림들을 붙여두고 작업의 영감으로 삼았어요. 고흐는 일본 미술을 따라 그리는 데 아주 열심이었대요. 그만큼 일본풍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흐는 점점 일본 미술에 빠져들었고, 일본 미술은 고흐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등극!  그가 생전 접해왔던 예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이 그에겐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I envy the Japanese the extreme clarity that everything in their work has. It’s never dull, and never appears to be done too hastily. Their work is as simple as breathing, and they do a figure with a few confident strokes with the same ease as if it was as simple as buttoning your waistcoat. Ah, I must manage to do a figure with a few strokes. That will keep me busy all winter."

(To Theo van Gogh. Arles, Sunday, 23 or Monday, 24 September 1888.)

"일본 스타일의 작품에서 보이는 극도의 명료함을 선망한다. 절대 심심하지 않고, 서둘러 그려진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숨쉬기처럼 단순하다. 그들은 몇 번의 대담한 붓질로 형체를 완성한다. 마치 조끼의 버튼을 잠그는 것과 같이 편하게. 나도 형체를 적은 붓질로 완성하도록 해봐야겠다. 올겨울이 바빠지겠구나."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만, 오역은 양해를 바랍니다)

 

 고흐는 일본 그림의 밝은 색채와 특이한 배치에 주목했어요. 더욱이 파리 시절을 전후로 그의 그림들과 비교하면 밝고 생기 있는 일본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 알 수 있죠. 아래 그림은 일본의 화가 Hiroshige의 그림을 모사한 작품인데, 비교해 보세요. 원작보다 색채를 강렬하게 썼어요. 그림 가장자리의 한자도 고흐가 써넣은 건데, 그림을 더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네요. 마음에 드는 부분을 더 과장해서 따라 그린 것 같아요.



Bridge in the Rain (after Hiroshige) , Oct-Nov,1887, Van Gogh Museum, Amsterdam (좌) , Sudden Evening Shower on the Great Bridge near Atake, from the series One Hundred Views of Famous Places in Edo(우)



한동안 이렇게 일본 목판화를 따라 그리는데 몰두 했던 고흐는 남프랑스로 떠나면서 그가 수집했던 일본 목판화들을 모두 테오의 집에 두고 떠납니다. 일본풍의 시각을 체화했다고 생각했기에 더 이상 그 목판화들이 필요하지 않았던 거지요. 남프랑스로 내려 간 고흐는 일본풍의 스타일을 흡수하며 사소한 일상의 '것'들에 주목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아래처럼 아름다운 작품들을 그렸네요. 노란 밀밭과 아이리스의 색이 대비되는 강렬한 색채, 날렵한 윤곽선 그리고 앞쪽의 배치에 주목한 그림. 어때요, 일본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Field with Irises near Arles>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일본 미술이 그 당시의 예술가들을 매료시킨 건 '예외성'에 있는 것 같아요. 일본 미술들은 지평선을 생략하거나 갑자기 가장자리에 있는 요소를 잘라버리는 등 전통적으로 여겨졌던 회화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어요. 그 점에서 서양의 예술가들은 예외성을 느끼고 매료된 것 같아요. 고흐 그림에서도 일본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윤곽선이 두드러진 시기가 있는가 하면, 또 윤곽선 없이 사물들이 자유롭게 소용돌이치는 그림들도 있죠. 


이렇게 고흐의 그림 스타일이 영향을 받아 가며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창작자의 의도나 노력은 깊고도 넓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무엇하나 그냥 나온 것이 없는 거죠. 그런 노력을 십분 감상하기 위해, 앞으로는 고흐의 그림을 감상할 때 시대를 따라 바뀌는 이런 작은 변화들을 눈여겨보며 즐겨봐야겠어요!




참고
https://www.vangoghmuseu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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