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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sik Mar 14. 2020

멋진 비틀기

Class 101 - 팔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공감 1 

글을 쓰다 보면 가끔씩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한참 고민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다음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나? 이 문장이 말이 되려나?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

내가 회사에서 카피를 쓸 때 하던 고민을 회사 밖에서 하고 있네?


그래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클래스 101에서 29cm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이유미 님의 강의를 듣기로 마음먹었다. 순전히 내가 쓰는 글을 잘 써보기 위해서지 회사에 도움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거 듣는다고 돈을 지원해주지도 않을 것이고)



물론 수업 내용을 요약하면서 배운 점을 정리하려고 써보는 글이기 때문에, 핵심 내용을 찾아보려고 온 사람이라면 내리기 전에 떠나셔도 좋다.





멋진 비틀기

일반적으로 함께 붙어 사용되지 않는 두 단어를 연결 지어 눈에 띄고 기억 남게 하는 기법


놀라움은 낙차에서 옵니다
놀라움은 좀처럼 만날 일 없었던 두 대상의 충돌에서 옵니다

생각의 기쁨 - 강일송


윗 말은 16년 차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강일송 작가님의 책에서 사용된 구절이다. e 편한 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SKT의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등. 훌륭한 카피들을 수많이 만들어내신 분.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낯설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문장을 만들어보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그 자리를 뜨는 게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도 좋다.


강의 중, 이유미 카피라이터가 썼던 'B급 리퍼브 세일'에 대해서 그녀는 이러한 멋진 비틀기를 사용해 다른 카피로 바꾸어보았다고 한다.


29CM 기획전 상단 이미지

(변경 전) B급 리퍼브 세일 -> (변경 후) 쇼핑의 B 


실제로 사람들은 B급 상품에 대해서 속으로는 '좋은 걸 건질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점이 사실이다. 이러한 간극을 좁혀주기 위해 카피에서 힘을 실었다.


이봐, A 안이 늘 답은 아니잖니? B안도 너에게 딱 맞는 답이 될 수 있어.


다시 돌아가 보자.

쇼핑은 어쨌든 항상 좋은 것을 잘 사는 일에 목적이 있다. 좋은 것이 꼭 A급 정품을 일컫는 말이 아니며, 못 사는 일B급 리퍼브 제품을 사는 일이라 일컫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흥미가 간다.

물론 '-70%' 딱지를 붙임으로써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아~ 이거 할인제품일 거고 이거 리퍼브 거나 행사 제품이겠구나'를 인지하게 된다.


Apple Korea의 에어팟 카피

또 하나의 예시가 있다.

바로 애플 코리아의 에어팟 카피인데, 사실 미국 애플 공홈에서는 'Magic runs in the family'라고 쓰여있다. 직역하자면 '가족에게서 흐르는 마법' 정도일 텐데, 이를 의역하자면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유전자 집단'이 되겠다.


영어 원문 그 자체도 멋진 비틀기가 적용되었다 볼 수 있지만, 애플에서 번역한 이 국문 카피는 정말 놀랍다. 그 카피 자체에서 느껴지는 우월한 애플의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매혹적인 유전자를 타고났어, 모든 애플 제품은.

그래서 제품 그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이야.



어떻게 하면 자주 비틀 수 있을까

이유미 카피라이터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포스트잇 20장에 무작위로 단어를 쓰자

최대한 익숙한 단어부터 평소에 안 쓰는 단어까지

연관성 있는 것끼리 나열해서 정리해보자

가장 연관성 없는 단어끼리 조합해보자

단어의 조합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고 이유를 써보자


이 방법을 통해 제품 카피를 써보려고 포스트잇을 꺼내 보았다.


SSG.COM '포 시애틀'

지금 상품 상세 페이지에 쓰여있는 카피는 '깊고 담백한 매력의 미국식 쌀국수'.

다시 재구성해보자.


먼저 단어 20가지를 꺼내보았다.

베트남, 시애틀, 미국, 잠 못 이루는 밤, 담백하다, 깊다, 국물, 따뜻하다, 육수, 여행, 양지고기, 쌀국수, 커피, 간편하다, 건강하다, 해장, 현지 식당, 레시피, 면발, 맛있다


가장 연관성이 없는 단어의 조합을 두 가지 선정해보았고, 카피로 발전시켜 보았다.

잠 못 이루는 밤의 해장 비법 : 시애틀 사람들이 술을 마신 다음 날 찾을 수밖에 없는 국물 요리를 상기시킨다

담백한 여행 : 담백한 맛의 육수를 통해 마치 여행한 듯 현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 카피는 '잠 못 이루는 밤의 해장 비법'이 되겠다.

물론 아주 잘한 비틀기 방법은 아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하고, 해장 비법이 곧 국물 면요리라는 인식도 바로 느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도해본 게 어디야!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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