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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sik Apr 18. 2020

경제적인 카피를 쓰고 싶다

Class 101 - 팔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공감 5

요즘 가장 나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 일은 네이밍과 슬로건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물론 네이밍을 만들어 내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게 그 네이밍에 걸맞은 슬로건을 쓰는 일이다.


신선하지 못한 식품을 고객이 받는다면,
교환 또는 환불을 약속해드립니다
신선함을 보장합니다


<신선 보장>이라는 서비스의 슬로건이다. 약 1년 동안 써온 카피다 보니 사실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원래 있던 서비스를 변형 또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브랜딩을 새롭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기에, 슬로건을 바꿔보는 것도 고려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슬로건 변경 이유는 너무 주저리주저리처럼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다른 대안이 없다면 안 바꿔도 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욕심 덩어리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어떻게 간결하게 쓸 수 있을까.





쉽고 경제적으로 쓰는 카피

핵심을 제공하면서 간결한


혹시 '경제적'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경제'에 '~적'이라는 의존명사를 붙인 관형사가 되는데, 이때 '돈이나 시간을 적게 들이는'이라는 뜻이 새로이 생겨난다.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왜 갑자기 나는 '경제적'이라는 단어에 꽂혔을까.


소비자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문구를 본다. 이미지를 다듬는 일은 디자인의 영역이지만 그 문구를 쓰는 일은 온전히 카피라이터의 몫이다.


출처 : 29CM


소비자가 이미지와 문구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정보를 보기 위해 해당 상세 페이지로 이동하게끔 하는 것은 결국 이미지와 문구의 역할이다. 


위는 29CM에서 팔고 있는 ALU라는 브랜드의 기획전을 설명하는 컷과 해당 브랜드 상세 배너다. 먼저 첫 번째 컷을 보면 'MOMA가 선택한 아이디어 한 끗 차이'라는 카피로 사람들에게 'MOMA'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신뢰를 주고 동시에 '아이디어 한 끗 차이'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만약 해당 배너를 클릭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 상세 배너와 함께 아래로 상품들이 전시된다.


'검색'이 아닌 '탐색'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구매 여정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를 <소비자 구매 여정>이라 일컫겠다.


다시 말해 우리는 소비자 구매 여정을 도울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카피를 쓰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카피가 경제적일수록 소비자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


소비자가 더 많이 더 빠르게 탐색한다는 말은 더 확실하게 소비자 입맛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는 말이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게 하는 결과에 이른다.




보편적일수록 스페셜하다

사람들이 평상시에 쓰는 말을 카피에 담아라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 이소호 시인


작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이소호 시인은 '시인으로 바라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늘 사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편적인 이야기를 소위 말하는 클리셰(cliché)라고 여기곤 한다. 클리셰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를 뜻하는 것일 뿐 보편적인 이야기에 클리셰라 이름 붙일 수는 없다. 보편적인 이야기는 결국 누구나 공감하는 글을 뜻하는데, 글쓴이의 가장 사적인 느낌을 담아냈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소호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읽어줄 수 있는 글결국 시인 스스로 가장 사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여야 하는 것이다.


카피도 똑같다.

소비자들이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결국 카피라이터 스스로 가장 평상시에 느껴온 경험과 감정에서 우러나온 말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보통의 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말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저번 글을 참고해보자.





군더더기가 없다

소비자의 빠른 결정을 도와주는 카피


경제적인 카피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함은 깨달았다.

그럼 사적인 경험을 그대로 녹인다고 경제적인 글이 될까?


예전에 타 업체에서 이미 판매 중인 상품 '괄도네넴띤'을 우리 회사에서 처음 판매하게 되어, 새롭게 카피를 쓰고 세일즈 부스팅을 해야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의 사수가 제안했던 방법이 "상품을 모르겠으면, 후기를 보고 상상해봐"였다.


이미 몇몇 소비자들은 본인의 경험을 후기로 남기곤 한다. 그 후기를 참고하면 보편적인 카피를 쓰기 좋다. 


출처 : 네이버 '괄도네넴띤' 검색 화면


팔도비빔면이랑 다른 점이라곤 패키지와 조금 더 매운맛 이래서 끓이면서도 왜 내가 이 짓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면치기 하면서 매콤 달콤이 아니라 끝에서 탁하고 치고 올라오는 화끈함. 생각보다 이거 중독이다. 벌써 2개째다. 역시 비빔면은 2개 먹어줘야 한다. 스트레스가 2배로 풀린다...(중략)


위는 한 자취생이 괄도네넴띤을 사 먹어보고 후기를 남긴 글인데, 매우 인상적인 글이었다. 처음에 상품정보를 받았을 때, '비빔면이랑 다를 게 없는데?'라며 나조차도 실망했었다. 그런데 이 분의 후기 덕분에 쉽게 카피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카피를 쓰기 전에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았다.


 3 Steps to make a copy economical 

경제적인 카피를 쓰기 위한 3가지 방법


1) 비문을 쓰지 않기 위해 정보를 정리한다

비문을 쓰는 일은 매우 경제적이지 못하다. 위의 후기를 경험한 나의 정보를 일단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괄도네넴띤은 기존 비빔면보다 조금 더 맵다. 맵기는 끝을 탁하고 치고 올라오는 화끈함이라 표현할 수 있다. 비빔면은 2개를 먹어주면 스트레스가 2배로 풀린다.


2) 이미지로 이미 전달한 정보는 과감히 제거한다

어차피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이미지가 함께 간다. 물론 이미지가 확실히 설명해주지 못하거나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면 카피에 직접 담아줘야 한다.


3) 중복되는 단어는 없애고 반복되는 단어는 교체한다

최대한 중복되는 단어를 없애더라도 말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에 의해 반복어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반복어는 교체하는 것이다. 동의어와 유의어로.


조금 더 매운맛으로 새롭게 바뀐 괄도네넴띤
2개 끓여 먹고 스트레스 2배로 풀어보자


한 가지 더 팁이 있다면, 기존 요소들을 재배치 재배열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여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괄도네넴띤 2개 끓여먹으면 스트레스가 2배로 풀린다, 조금 더 매운맛으로 새롭게 바뀌었다'처럼.


더 줄일 수 있다면 더 강력한 카피가 될 수 있겠으나, 내 실력은 여기까지다...

결론은? 소비자 구매 여정을 도와줄 수 있는 카피가 결국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비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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