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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의 이유식 요리사.

그렇게, 아들의 취향을 알아가고 있다

아들이 100일이 지나 120일로 향해 갈 때였다. 코로나로 그나마 언니 집이나 친정, 시누이 집, 시댁에 놀러 가곤 하면 다들


"왜 이렇게 입맛을 다신데. 이유식을 좀 빨리해야겠다."


이유식이라, 주변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6개월부터 시작한다고들 했다. 그리고 잘 먹는 아가일 경우는 더 빨리 시작하기도 한다고 했다. 조카는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고, 신랑의 조카는 5개월에 시작했는 데 이유식을 거부해서 6개월에 시작했지만, 거의 먹지 않는 다고 했다. 아들은 꽤 잘 먹는 편이고, 그래서인지 키와 몸무게가 상위 10퍼센트였다. 아무리 못해도 5개월에는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주변에서 이유식을 할 때가 된 거 같다고들 하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어떻게 하지? 이유식은 뭐지? 조카가 먹는 걸 보니 소고기랑 밥이랑 브로콜리를 갈아가지고 주는 것 같았다. 그때는 저렇게 잘 갈아서 먹이면 되니까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이유식을 시작하려고 책을 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단, 처음 접하는 음식들이기에 알레르기 때문에 모든 조리기구가 새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그냥 갈아서 먹이는 줄 알았는데, 순서가 있었다. 쌀가루 죽에 채소를 하나씩 넣어서 최소 3일 이상을 먹여 알레르기 반응을 봐야 하고 이 과정이 한 달이 지나면 소고기와 같이 먹이는 것이었다. 그냥 가는 게 끝이 아니라 체에도 걸러줘야 하고 계량도 잘해서 처음에는 20배 죽으로 시작해서 점점 밥알을 섞어주었다. 식사는 오전 중에 먹여서 오후에 이상이 없는지 봐야 했다.  


  정말이지, 분유를 먹다가 갑자기 밥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하다니, 주변에서는 이유식 만드는 것보다 이유식 먹이는 게 더 어렵다고들 했다. 처음 만든 이유식의 맛은 물 많은 맛이 옅은 미숫가루의 맛이라고나 할까? 정말이지 이유식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먹이는 게 더 어려울만했다. 분유보다 아주 훨 더 맛이 없는 거 같았다. 주변 엄마 지인들은 첫 이유식을 잘 안 먹는다면서 고생할 거라고 누누이 말해서 아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다.


첫 시식이 시작됐다. 아들은 처음에는 숟가락도 신기해했다. 턱받이를 목에 둘러주니, 표정이 지금 엄마가 뭐 하는 거지 이런 표정이랄까? 한입을 먹고는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지? 그러다가 한 두 세입을 먹더니 으으 이런 표정을 지으면서 먹기는 하는데 싫은 표정을 지었다. 너무 신기해서 동영상을 찍어서 신랑에게 보내줬다. 그래도 나름 한 10 수저를 먹이고 아들이 당장 분유를 내놓라는 듯이 화를 내서 결국 분유를 먹였다. 동영상을 본 신랑은 아들이 싫어하는 듯하다면서 영상을 자신의 가족 톡에 공유했다. 반응은 의외였다.


"이유식을 잘 먹겠는데. 입맛 다시고 있다"

"원래 처음에 먹기만 해도 성공이야. 익숙해지면 잘 먹겠는데"


처음에는 버리는 이유식의 양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들은 점점 이유식의 양이 늘어났다. 아들은 이유식에 소고기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유식을 잘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기 싫은 날에는 정말 먹지 않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맛을 보면서 어떤 맛인지 확인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이유식은 왜 이리 맛이 없는지, 안 먹으면 어쩌지?라고 고민이 들었다. 그 고민을 들은 주변 지인들은


"이유식 안 먹어도 밥은 먹어, 걱정하지 마."


이유식 책이나 이유식 관련 글을 보면 이렇게 하면 아가가 좋아한다고들 하는 데 따라 해 봤는데 그다지 맛있지도 않았다. 그저 아들이 많이 배가 고플 때 먹으면 잘 먹는 정도라고 할까. 그래서 최대한 아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아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아들은 닭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소고기의 함유량이 늘수록 잘 먹었다. 시금치와 양배추는 아주 싫어했다. 색을 보는 순간부터 표정이 그랬다. 감자가 들어가면 수저를 뺏어갈 정도로 좋아했다. 애호박과 오이도 좋아했다.


그리고 간식으로 먹는 사과 퓌레와 배 퓌레는 먹을 때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먹었다.


6개월이 되는 순간 아들이 노른자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노른자를 꽤 좋아했다. 그래서 노른자를 갈아서 아들의 이유식에 조금씩 뿌려서 먹였다. 성공이었다. 그리고 아들은 단호박이 들어가면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단호박과 한 가지 채소를 들어가게 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도 이유식이 맛있는지 더 달라고 징징대곤 한다.


7개월인 지금은 이유식을 하는 믹서 소리를 들으면 보행기를 끌고 옆으로 와서는 입맛을 다시며 나의 옷자락을 꼭 잡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손등에 온도를 재보고 한 입 맛보게 하면, 그 자리에서 오물오물 시식을 하고는 맛있으면 더 달라고 입을 벌린다.


그렇게, 아들의 취향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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