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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장난감은 그를 이길 순 없다.

신랑 조금만 더 힘내. 더 좋은 장난감을 찾아볼게.

100일이 지나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난감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뒤집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물려받은 타이니러브, 초점 책, 헝겊 인형 몇 개를 가지고 위에서 흔들흔들하기만 해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아들이 뒤집기 시작하자, 스스로 더 무언가를 만지고 놀고 싶어 했다. 난감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난감의 종류는 너무나 많았고, 이름도, 출판사도 너무 다양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물어볼 수가 없으니, 주변에 물어보고, 맘 카페를 잘 들여다보고, 블로그도 나름 찾아봤다. 그래서 뒤집기 시작하면 오뚝이를 좋아한다는 말에 일단 오뚝이를 사기로 했다. 브랜드가 왜 이렇게 많은지, 주변에도 묻고, 리뷰도 꼼꼼히 읽고 샀다. 하지만, 한 두세 번 흔들면 빤히 보다가 관심이 없었다. 오뚝이 실패. 주변 친구가 자기 아들은 아기체육관을 좋아한다면서 추천했다. 물려받았지만, 아들이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아 방구석에 있던 아기체육관을 가져왔다. 뒤집더니 피아노 부분 한번 치고 음악 듣고 끝. 아기체육관도 실패.


생각해보니 아들은 타이니 러브를 참 좋아한다. 움직임이 있는 걸 좋아하나? 생각해보니 타이니러브에 두 번째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음악을 가려듣나? 생각해보니 신랑이 노래할 때 되게 좋아한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사운드북이라는 게 있었다. 그냥 뭔가 가득한 사운드 북이 필요해. 그래, 율동 사운드북을 주문했다. 대성공이었다. 아들은 너무 좋아했다. 뒤집으면, 사운드북을 넘기면서 사운드를 틀고, 앞에서 율동을 같이 하자. 한글도 모르는 아들은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었다.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자 장난감을 사주고 싶은 욕구가 거의 폭발했다.


본격적인 장난감의 쇼핑은 맘 카페에서 에듀 테이블을 사기 시작하면서 였다. 사운드 북은 그냥 사도 될 수준이었지만, 에듀 테이블의 가격은 비쌌다. 주변 의견을 듣고 맘 카페에 알람을 설정해서 샀다. 상태도 너무 좋고 게다가 흔들 말도 주셨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아들의 반응이었다. 다양하고 형형색색 나오는 에듀 테이블을 보면서 손발을 흔들고 좋아했다. 그때부터 맘 카페에 장난감 알람을 걸고 좋아 보이는, 또는 아들이 좋아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난감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괄로 사면 싸게 준다는 말에 장난감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변의 친구들은 말에 더 구입했다.


"장난감을 쫙 늘여놓으면, 점점 혼자노는 순간이 늘어나서 편해"


하지만, 아들은 달랐다. 뒤집기, 되집기, 뒹굴기, 기어 다니기로 점점 자신의 능력치가 올라가자, 장난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사실, 아들은 에듀 테이블을 해도 항상 엄마가 뒤에 앉아있는지, 확인하고 에듀 테이블이나 에듀볼, 타요 버스를 늘어놓고 잠시, 화장실을 갈까 하면 그렇게 엄마를 찾았다. 그리고 기어 오는 능력이 생기는 순간에는 기어 왔다. 결국은 모든 놀이는 혼자가 아닌 엄마와 함께 여야 했다. 분명 혼자 논다고 했는데. 친구들은 쏘서에서 놀라고 하고 잠시 설거지를 한다는데 아들은 쏘서를 타고 놀다가 잠시 내가 일어나려고 하면 온 손을 뻗으며 안으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신랑이 오는 시간까지 지쳐갔다.


아들은 사회성이 강한 건지 점점 더 같이 노는 장난감을 선호했다. 같이 놀지 않으면 금세 찾으러 기어 왔다. 게다가 신랑이 오는 8시가 되면 더 심해졌다. 매트에서 놀다가 창밖이 어두 어둑해지면 인터폰을 보고 있다. 인터폰에 입차 되었다는 메시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인터폰에 무언가가 뜨면 빤히 보다가 중문을 본다. 심지어 보행기를 타면 그 앞으로 간다. 현관문 벨소리가 들리면 소리친다. 그리고 신랑이 등장하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다.


그때부터 아빠 바라기가 시작됐다. 신랑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안으라고 소리치고, 욕실에 들어가면 기어가서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고. 아빠에게 끊임없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둘이 노는 걸 지켜보기 처음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결국에는 아들을 안고 흔들기, 비행기 태우기, 롤러코스터 태우기 등 결국은 그냥 둘이 논다. 아들을 그때부터 숨이 넘어갈 거처럼 웃으면서 논다. 하루는 신랑에게 그렇게 놀면 지치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고 했더니


"장난감이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은데. 그리고 나랑 노는 걸 더 좋아해. 장난감이 많이 봤자, 나를 이길 수 없지"


신랑은 되게 자신 있게 장난감을 그만 사도 될 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시도 때도 울리는 맘 카페 알람을 취소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최대한 놀려고 했지만, 아들이 같이 놀자, 안아달라, 물놀이 하자 그러다 보니 지쳐갔고, 자신만만하던 신랑을 아들의 몸무게가 늘어나고 아들의 활동성이 늘자 지쳐갔다.


"자기야. 장난감이 다양하지 않아서 그런가? 더 사주자. 많이 많이"


결국 우리는 아들이 잠이 들면 육아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들의 취향에 대해 생각하면서 맘 카페의 장난감 쇼핑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새 장난감이 들어오는 날이면 그나마 신랑은 아들이 혼자 노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유통기한은 길지 않았다. 취향 저격 장난감이 나오면 그나마 한 10일은 가지고 놀았다. 아들이 깔깔 대고 웃는 소리에 가보면 결국에 신랑과 몸으로 놀고 있다. 웬만한 장난감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오늘도 신랑은 언젠가 아들과 수영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들이 원하는 대로 안고 놀아 주고 있다. 잠이 들면 우리는 오늘도 맘 카페에서 장난감 쇼핑을 해야겠다.   


신랑. 조금만 더 힘내. 더 좋은 장난감을 찾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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