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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매트 위에 놀면 안 될까?

그래, 맘대로 기어봐. 엄마가 지켜 줄게

아들이  뒤로 넘어지다 보니 매트는 육아에서는 필수장비이다. 아들이 뒤집기만 할 때는 매트에서 잘 놀았기에 매트가 하나여도 충분했다. 하지만 아들이 되집기를 시작하자 매트를 필요했다. 아들은 되집기가 익숙해지자, 뒤집기와 되집기를 반복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들은 매트 위에서 노는 것 같았는 데 잠시 한눈을 팔기 시작하면 매트와 벽 사이에 빈틈에 끼어 놀았다. 아들을 다시 안아서 매트 안쪽으로 데려다 놓으면 다시 뒤집기와 되집기를 반복하면서 다시 매트와 벽 사이 빈틈에 껴서 놀았다. 자신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아들을 보면서 신랑은


"매트 위가 더워서 그래. 그니까 뒤집고 뒤집어서 매트랑 벽 사이에 가는 거야"


그런가? 싶어서 매트 위에 소위 시원하다는 여름이불을 깔아줬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뒹굴고 뒹굴어서 결국에는 매트와 벽 사이로 가서 전선을 잡아당기면서 노는 것이었다. 사실은 바닥에서 노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직은 뒹굴다 보면 머리를 박곤 했다. 그래서인지 더 매트 위에서 놀기를 바랐다. 매트를 옮겨서 빈틈을 남기지 않고 꽉 채워 봤는데 아들을 뒹굴고 뒹굴어서 매트 밖으로 나갔다. 기어 다니지 못했는데 그때도 그곳에서 팔과 다리를 흔들면서 좋아했다. 배가 너무 차가운데. 그럼 안된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평소에도 수면 조끼를 입혀줬다.


아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매트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기어 다니기 전에는 매트 위에 데려다 놓으면 그나마 좀 놀다가 뒹굴다가 갔는데 이제는 바로 매트 위로 놓자마자 매트 밖으로 기어갔다. 주변 어른이신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서 항상 아이는 차면 안된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아들을 계속 매트 위로 옮겼지만, 아들은 결국에는 계속 매트 밖으로 나갔다. 아들이 앉기 시작하면서 매트 위에 놓으면 뒤로 넘어져 울고, 매트가 아닌 곳에서 뒷쿵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매트 위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왜 매트 위에 데려다 놓으면 이렇게 밖으로 나가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기어 보기로 했다. 직접 기어보니 매트보다는 바닥이 기어 다니기에 더 좋았다. 더 빠르고. 이래서 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른 말대로 배가 차면 안 될 거 같아 수면조끼를 입히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들이 뒤를 돌아서 뭔가를 하고 있어서 가보면 뭔가를 먹고 있었다. 먹는 거면 상관없지만, 먼지라던지, 버튼이라던지 하면 놀라곤 했다. 한 번은 온수매트에 버튼을 빼서 먹고 삼키지 못해 토하고 있던 적도 있었다. 또는 기어 다니다가 보지 못해 벽에 머리를 박고, 매트가 없는 곳에서 헤딩하고 울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따라다니면서 아들이 어디로 가는지, 뭘 주워 먹는지 지켜봐야 됐다. 지켜보는 건 좋은데 갑자기 가다가 머리를 박아서 울고, 매트에 올라가는 줄 알고 아래로 박고 울고 멍이 드니 내가 너무 속이 상하고, 이러다 더 다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다시 매트 위에서 놀게 하자로 바뀌었다. 기어가면 따라다니다가 다시 매트 위로 내려 주고를 반복하자 아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게 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잘 따라오나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속도도 엄청 빨라졌다. 이러다 보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아들이 기어가면 따라다니다가 잡아오고, 잘 기어가는지 보는 일이 됐다. 문제는 여전했다. 기어가다가 먼지를 먹고 머리를 박았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신랑과 논의를 해서 베이비룸을 설치하기로 했다. 친정엄마는


"애기를 왜 갇둬두냐? 그러면 아가 성질 나빠져"


라고 했지만, 먼지도 먹고 여기저기 박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에는 맘 카페에서 중고로 샀다. 베이비룸을 설치해봤다. 역시나. 아들은 베이비룸을 밀어 대고 울어댔다. 그 모습을 보니 베이비룸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결국 베이비룸도 해체하고 그냥 기어 다니게 했다. 그리고 매트를 좀 더 깔기로 했다. 하지만 아들은 매트를 깔면 금세 매트를 다 지나서 매트 없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여기저기에 머리를 박고 울어댔다. 달래주고 언니에게 말하니


"그럼 머리 보호대. 머리에 씌우는 거 씌워줘"


머리보호대로 씌웠지만, 아들은 화를 내면 거절했다. 나의 인생을 생각해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는 게 쉽지 않으니 그냥 내가 좀 힘들고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래. 맘대로 기어봐라. 내가 다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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