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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rain Apr 26. 2016

로마의 휴일을 쓴 작가 '트럼보'를 영화에서 만나다ᆢ

Roman's holiday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이야기


메가박스 영화관을 들어서면 개봉을 기다리는 플라스틱 대형 포스터들이 광장같은 로비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의 시선을 마구 붙잡는다


보러 온 영화는 잠시 잊고 새 영화에 대한 호기심에 발동이 걸리고 한 두개는 기억해 두었다가 꼭 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때가 예매 의지가 솟구칠 때다ᆞ

'그래 좀 부지런히 보러  다녀야겠다' 생각하지만

한번 발길을 끊으면 한동안은 또 잊고사는일 중 하나가 영화관 문턱을 넘는 일이다ᆞ

언제 스크린에서 허망하게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라

좀 부지런을 떨어야 볼 수있는 영화들도 많다ᆞ



속도를 따라갈 수없을 만큼 책이든 영화든 정보든 콸콸 쏟아져 나오지만

욕심을 접고 그것들을 바라보지 않으면

내가 삼키다가 죽거나 삼켜 먹히거나 할것같은 두려움이 든다ᆞ


내게 무슨 안목이 있을 리도 없고ᆢ

탁 얻어 걸려든 것들이 꽤 괜찮으면 다행인데 그렇게 탁 걸려드는 일도  솔찮이 내공이 필요할만큼  선택지가 너무 많은 세상이 되었다ᆞ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작품성있는  영화를 찾아다니다 극장에서 졸기도 몇차례해보고 보기를 참  잘했다고 흡족해하는 영화도 만나보고 하는 경험을 하면서  

아ᆢ 내가 접수할수 있는 것은 요기까지구나 하는걸 알게 되고 아무리 그래도 영화가 지루한건 참을수없다는 나만의 영화 개똥 철학도 생기게 되었다

절대 안보는 아니ᆢ못보는 장르는 공포영화인데 본지가 어즈버 몇십년인지 모르겠다

여름만 되면 예능 프로에서까지 설쳐대는 납량 특집때문에 괴로워 죽겠다



중학교 때인가 그 특유의 빵빠레 비슷한 배경음악으로 시작되는  주말의 명화ᆞ

그때 흑백티비로 본 'Roman's holiday'

말그대로 로마의 휴일ᆢ

사춘기 여학생의 마음을 그만큼 흔들어대는 영화가 또 있었을까

내게는 영화의 신천지 신세계가 열리는 경험이었다


재벌 2세가 펑범한 연인의 손에 이끌려 길거리에서 떡볶이 처음 먹어보는 장면이 등장하는 요즘 드라마는

뻔한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장면에 시선이 멈추곤 하는데

설상가상 공주님이 궁에서 뛰쳐나와 좌충우돌했으니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ᆢ


트레비 분수앞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던 장면들 하며,

진실의 입앞에서 손가락 사기치던 그레고리펙 , 몰라 몰라하며 연인의 가슴을 앙증맞게 두들기던 오드리 헵번,

귀뒤에서  양끝이 살짝 올라간 헵번 헤어 스타일의 머리하며

가슴이 저리던  공주의 마지막 기자회견 장면들까지 아직도 기억속에 살아숨쉬는 영화이다ᆞ


이렇게 달달한 영화 시나리오를 쓴 미국의 달튼 트럼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ᆞ

제목은  '트럼보'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의 시대상이 그려질만큼 미국에서도 장난아니게 불었던 4ᆞ50년대 이념 전쟁ᆢ

전문용어로  매카시즘 광풍속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천재 작가의 이야기인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았다


의회 모독죄로 선고받은 직후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입에 풀칠하기 위해 쓴 작품이 '로마의 휴일'

그리고 '브레이브 원'ᆞ


자신과 가족의 안위가 위태로울때 절벽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쓴 작품이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 스토리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것도 무려 아카데미 각본상ᆢ


천재 작가들은  당장 꽥하고 죽더라도 세상살이와는 무관하게 뇌 한쪽이 어디 한군데 일곱빛깔 무지개 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기본 장착되어있는 사람들인가보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시간에 머리 쥐어뜯고 고민하느라 다크서클이 턱까지 걸려있을텐데ᆢ

그들은 몸을 욕조에 담근채  담배를 뻑뻑 피우며 머리 쥐어뜯으며 세상을 뒤집어놓을 로맨스를 만들다니ᆢ  

조앤롤링도 집도 절도 없이 세아이 분유값 벌기 위해 매달려 쓴 작품이 '해리포터'인걸 보면 절망버튼을 눌러야 더 잘 작동하는 상상력의 세계가 그들에겐 분명히 있는것 같다


한집안의 가장으로서,

자기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개인으로서 ,그리고 지켜야하는 의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친구로서 ,무엇보다 자신의 업이었던 작가로서의 트럼보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천재라는 수식어앞에 따라오는 이질감은 영화 내내 힘을 잃고 따스한 공감이 물결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ᆞ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떳떳히 밝히며 상을 받는 시상식 장면의 마지막 대사ᆢ

인공지능 알파고 따위는 절대 감정을 실어 흉내낼수 없는 명대사이고 명연기였다


주인공이 손가락을 곧추 세워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타이프라이터를 한자 한자 내리치며 원고를 쓰는 장면에서 앤티크 타이프라이터 한대가 갖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금 요란하지만 쇠끼리 맞부딪치는 금속성의 그 경쾌한 소리와

내리쳤다가 다시 솟구치는 글자판의 탄력있는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포스터 속 아이보리 타자기가 무지 탐난다


리뷰도 뭣도 없이 보았지만 탁 걸려든 괜찮은 영화였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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