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종일 Apr 25. 2024

오늘 달리시겠어요?

시리가 말을 걸었다.

3일 동안 못 달렸다.


그제는 오전 중에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어제는 비가 와서, 오늘은 둘째가 갑자기 아파서.


사람들은 보통 루틴이 깨질 때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하루 운동을 못 간 헬스인들의 근손실 타령을 봐도 그렇다. 얼마나 집착을 하게 되면 세상 모든 행동을 근육성장이냐 손실이냐로 양분할까.


난 별로 아쉽지 않다. 3일 못 달린 것쯤이야. 아쉽지 않은 이유가 뭘지 생각해 봤다. 내가 달리기를 진정 사랑하지 않아서? 그건 아니다. 난 달리는 게 좋다. 달리기보다 일이, 달리기보다 아들이 더 좋을 뿐이다.


내가 집념이 약해서? 그건 그럴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린다’ 같은 집념은 없다.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 달리는 것일 뿐. 게다가 집념이라는 건 사람마다 한도가 있어서, 집념은 꼭 써야 할 곳에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가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야 하는 열정맨 스타일이 있으면, 달리기 전에 ‘뭣이 중헌데’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있다. 물론 이것저것 따지기만 하면 아예 달릴 수 없으니 창업가는 못 될 거고.


나는 후자에 가깝다. 나에게 맞는 업, 나를 보완해 줄 동료를 만나길 바란다.


3일을 못 달리니 좀이 쑤시긴 한다. 몸과 정신을 길 위에 맡기고 땀을 좀 빼고 싶다. 3일 차가 되니 시리가 말을 건다.


“러닝을 할 시간인데요. 오늘 달리시겠어요?”


아니, 시리야. 오늘은 아픈 아들이 있네. 내일 달릴거야. 좀 쉬면 더 잘 달려지더라고.


창업은 달리기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뛰러 나가는 6개월 차 초보 러너이자, 첫 창업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창업이라는 달리기 출발선에 선 창업가입니다. 매일 아침 달리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남깁니다. 세상의 모든 창업가 분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길 바라요.
매거진의 이전글 40년 만에 러너가 된 비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