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종일 May 02. 2024

퇴사한 예비 창업가의 아침 7시

무모함의 아름다움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달리는 ‘예비 창업가’다. 그래서 보통 뛰는 시간은 9시 전후다.


내가 달리는 곳은 직장인이 많은 도심의 큰 공원 둘레길이다. 도심지 아침 9시의 풍경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출근하느라 바쁜 직장인, 어린이집에 졸망졸망 등원하는 아이와 보호자, 패인 보도블록을 정비하는 작업자. 9시의 그 길에는 나와 같이 운동복 입고 달리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달리러 나왔다. 같은 길이지만 아침 7시의 풍경은 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창업 여정의 아침 7시에 서있구나’



어제부로 나는 정식으로 퇴사했다. 없던 것을 만들며 ‘zero to one’의 기쁨을 경험했던 곳. 개인보다 강한 팀의 신비를 알게 된 곳. 돌파와 기다림의 조화를 배운 곳. 근 10년을 보내며 인간적인 희로애락을 겪었던 곳. 사랑하는 그곳을 나왔다.


퇴사와 동시에 공동창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억지로 맞추기 힘든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퇴사에 맞춰 ’예비 창업가‘에서 ’예비‘를 떼어 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전문가 파트너를 만났고, 시장의 문제를 찾았고, 기회를 봤고, 걸어보자 다짐했다.


법인설립과 주주간 계약을 앞두고 공동창업을 하기로 했던 파트너와 결별했다. 회사의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생각은 같았으나, 더 중요한 의사결정의 방법과 기준에 차이가 있었다. 그것이 확인되면 서로를 위해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


나는 퇴사 시점이 새로운 창업이 바쁘게 시작되는 ’아침 9시‘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아침 7시‘가 되었다.



오늘 처음으로 아침 7시에 달렸다. 내 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공기가 좀 더 차가웠다. 도로는 더 한산했다. 생소했고 묘했다. 솔직히 두렵고 떨리기도 하다.


회사를 나온 예비 창업가의 아침 7시


어떤 사람들은 무모한 시간, 무책임한 시간, 방황의 시간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침 7시 도로를 달리며 이 시간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간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
하나님의 섭리의 증거로 남을 시간
그리고, 미래에 죽음을 앞둔 내가 잘했다 칭찬할 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달리시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