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추가에 거리낌이 없다면
우리는 통일궁을 둘러보고 나와 다시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찐 로컬 식당에 들어갔다. 한 번이 어렵지 그 이후로는 어떤 로컬 식당이라도 두렵지 않다. 후 띠유 (Hu Tieu)라고 쓰인 노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후 띠우 라면 '퍼' (Pho) 같은 쌀국수의 한 종류다. "나는 무조건 쌀국수면 된다. 이게 최고다."라고 말했던 아버지가 다양한 쌀 국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당의 분위기가 특이했다. 국수를 만들어 주는 곳은 한켠의 작은 수레인데, 홀의 규모는 노상을 포함해 상당히 컸다.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긴 했지만 손님도 하나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구글 지도를 켰다. 이 식당을 찾아보니 무려 5.0의 별점을 자랑하는 맛집이었다. 아무 데나 들어왔는데 대성공이었다.
"우와. 여기 별이 다섯 개예요! 아버지, 여기 쌀국수는 먹던 거랑 좀 다를 겁니다. 국물 있는 걸로 드실래요 아니면 비빔?"
"나는 국물 있는 걸로"
국물파 아버지가 말했다.
"저도 국물이요."
국물파 할아버지의 손주가 말했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비빔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역시 찐 로컬 식당답게 모든 메뉴는 베트남어로만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여행책과 파파고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주문을 했다. 새우가 들어간 맑은 국물의 쌀국수와 짭짤한 베트남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비빔면이 나왔다.
"아빠, 저 그거 먹어보면 안 돼요?"
아들이 국물 쌀국수를 한 입 먹어보더니 입에 맞지 않는 듯 내가 주문한 비빔 쌀국수를 가리켰다. 내 메뉴를 먹지 못할 리스크는 어린 아들과 외식하는 아빠라면 감당해야 한다. 아들 것으로 주문한 음식이 맵거나 입에 안 맞아 먹기를 거부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아들을 굶길 순 없으니 내 것을 내어주고, 나는 아들이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나는 평양냉면을 먹고 싶은데 내가 주문한 냉면을 다 뺏기고 뜨뜻한 온면을 먹어야 할 때의 당혹감이란.
아들은 비빔 쌀국수를 먹고 엄지를 척하고 들었다. 이제 이 국수는 내 거라는 신호였다. 내 것을 못 먹는다는 아쉬움보다 처음 먹어보는 새로운 음식을 신나게 흡입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래 나도 아빠는 아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40년 차인 할아버지는 국물 쌀국수에 만족해했다.
"아버지, 로칼 푸드 맛이 어떻습니까?"
"국물 맛이 좋고요. 칼국수처럼 맛이 아아아주 좋습니다. 아아아주 좋아요."
"아아아주 좋습니까? "
아버지가 리듬을 탔다. 이번 쌀국수에도 만족한 것이 틀림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다 쌀국수 한 그릇의 양이 적었다. 나는 아들이 넘겨준 국물 쌀국수를 아버지에게 덜어주고, 주인장을 불러 비빔 쌀국수를 한 그릇 더 시켰다. 3,500원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으면 아들을 원망하지 않아도 됐다.
세 남자는 함께 국수 네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일어났다. 찐 로컬 식당에서도 어려움 없이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치 베트남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삼부자. 베트남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