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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Feb 28. 2022

발달장애인 형제를 잘 돌보는 것이 삶의 이유??!

정의당 장혜영 의원님. 그거 아닙니다.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님의 2021년 12월 9일 정기국회에서의 5분 자유발언 중 발췌 (홈페이지 http://janghyeyeong.com/28/?idx=9313051&bmode=view)


나는 댓글을 썼다.



안녕하세요 장혜영 국회의원님.
저는 국회의원님과 같이 발달장애인 동생을 돌보는 누나입니다. 의원님. 저는 저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내시는 의원님이 뭔가 친밀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의원님. 이건 아닙니다.

발달장애인을 가진 비장애 형제의 삶의 이유가, 삶의 목표가 "동생의 행복이자 잘 돌보기 위해서" 일수는 없습니다.
저도 의원님처럼 동생을 돌봅니다. (의원님이 의정활동을 하시는 동안 동생분은 어디 계시는지는 몰라도, 저는 동생과 거의 붙어지냅니다^^특히 코로나 이후엔 거의 붙어서 돌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의 목표와 이유는 동생이 아닌 저 자신의 행복입니다.

의원님은 선택을 하신 것입니다.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선택. 저와 같이 성인들은 의원님의 의도와 말씀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의원님의 발표를 본 어린 친구가, 십 대의 학생이 "내 삶의 목표와 이유는 장애를 가진 형제에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란이 올 것입니다.

장애 형제를 돌보지 않는 "나"는 나쁜 것인가.
장애 형제보다 "나"를 생각하는 나는 이기적인 것인가.

장애 형제를 가진 비장애인으로써 모습을 보여주세요.
독립적인 주체이며 장애인의 인권과 보호에 앞장서지만 결국 삶의 주체와 목표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누군가 어디선가
"저기 저 훌륭한 국회의원도 동생을 돌보고, 동생의 행복을 위해 산다는데! 아픈 동생을 가진 너는! 이기적으로 너의 삶을 살고 싶니?"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 주세요.

저도 동생을 돌보고 삽니다. 최중증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동생과 함께 삽니다.




나는 알고 있다.

장혜영 의원님이 어떤 의도로 쓰신 것인지.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어릴 때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형제와 삶도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한 말은

대표성을 갖게 된다.


어린 친구가, 혹은 나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보고

"아. 나도 아픈 형제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친구들은

독립을,

결혼을,

나의 주체적인 삶을

망설이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당연한 일들에

죄책감을 갖는다.


부모를 도와 형제를 돌보아야 하는데

내가 '나'를 위해 살아도 되는 것인가.

나의 행복을 향해 가도 되는 것인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나를 향한 삶이,

형제를 돌보기 싫은 마음이,

내가 아픈 형제를 두고, 내 가정을 꾸리고,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고, 나쁜 것은 아닌가.


수없이 스스로 돌아본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자신을 위해 사세요. 나를 위해 사는 삶과, 형제를 위해 산다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살 수는 없습니다. "



내가 있어야 형제도 있다.

내가 행복해야, 장애를 가진 형제도 행복하다.





장혜영 의원님의 의도와 마음도 안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고민하는 친구들이,

본인을 위해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절대 아니겠지만.

누구도 장애 형제를 돌보며 지내는 것이 '착하고', 장애 형제를 돌보지 않고 독립하여 살아가는 것이 '나쁘다'라고 할 수 없다.

다른 삶의 모양이 존재할뿐.


아무도

장혜영 의원님의 어린 시절 생각과 비교하여

그러지 못한 '나' 자신에 죄책감 갖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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