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 식사를 건너뛴 다음, 라떼와 샌드위치를 챙겨 기차 플랫폼으로 향했다.
늘 예약하는 자리인 차량 맨 끝의 창가 자리는 역방향이어야 한다.
그 편이 멀미를 덜 하기 때문이다.
짐을 정리하고, 라떼와 샌드위치를 트레이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아 블라인드를 내리고
이어폰을 꽂고 거꾸로 하는 출발을 기다린다.
옆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면, 을 늘 바라지만 기대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 앉을 거면 운명의 상대가 되어주었으면, 은 가끔 생각하지만 상상이 이뤄진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오늘도 가운데 팔걸이에 누가 팔을 먼저 올릴 것인가 눈치만 보고 있다.
기차는 중간에 여러 번 멈춰 섰고,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오늘따라 오지 않는 잠에 내내 깨어있다 보니
손목시계의 시침이 말하는 숫자와 내 옆의 사람은 벌써 세 번이나 바뀌었다.
실은, 고된 하루살이 여러 날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다.
여행보다 더 설레는 것은 여행 바로 전 날이라고 했다.
짧은 휴가가 주어졌을 때 제일 맘 편하게 쉬는 시간은 늘 집으로 향하는 기차 안이었다.
기차가 영원히 달렸으면, 생각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기차가 끝내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