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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Dec 22. 2017

나는 행복한 장사꾼입니다.

마무리하며...

10년을 넘게 장사를 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 기간까지 합친다면 16년이 넘게 장사를 한 셈이다. 한 우물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장사라는 분야에서의 한 우물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다.
  
그 시간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고, 행복하고 절망했던 시간들이 교차하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 같다. 단단해졌고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도 장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다. 나를 성장하게 해 준 일이 바로 장사였다. 무지했던 내가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천을 했고,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망설였던 것도 기억한다.
  
장사의 분야에서 업종을 바꿔 도전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수시로 얻었다. 그만큼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성공했냐?’라는 단편적인 판단보다. ‘성장했냐?’라는 종합적인 사고로 물어본다면 당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성장했다. 그리고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2015년 3월에 카페 디스토리를 오픈했다. 정식 오픈은 4월 6일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2017년 12월 7일. 오픈부터 977일이 지났다. 카페 디스토리를 마무리한 날이다. 3월 14일부터 준비한 가오픈(정식오픈대신 테스트기간)을 가게 오픈으로 정한다면 딱 1,000일째 되는 날이다. 천일째 되는 날 매장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복합하지만 정리한 마음의 표현은 감사하다는 말이다. 
  
가오픈부터 문을 빼꼼히 열고 주문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던, 하윤이네 가족, 연석이 엄마, 주미정님,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유니킴, 곽사장 등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 그 날부터 그분들은 단골이 되었다. 


이승환의 천일동안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천 일 동안 지나온 시간 
천 일 동안 만든 조각들
우리 함께 같은 꿈을 꾸고
걸어가던 그 날
  
천 일 동안 난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어 왔었던 거죠
어리석게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죠
  
헤어지자는
말은 참을 수 있었지만
당신의 행복을 빌어줄 
내 모습이 낯설어 보이진 않을런지
  
그 천 일 동안 
알고 있었나요
많이 웃고 또 많이 울던 
당신을 항상 
지켜주던 
감사해 하던
너무 사랑했던 나를
  
보고 싶겠죠 
천 일이 훨씬 
지난 후에라도 
역시 그럴 테죠
난 괜찮아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줬잖아요
  
내 맘에 남겨진 너
  
다시는 만나지 마요
그 천 일 동안 
힘들었었나요
혹시 내가 당신을
아프게 했었나요
용서해요 
나 그랬다면
제발 한 번만 
내게 마지막
당신을 사랑할 기회를
나를 남겨두고 가지 마
  
난 자유롭죠 
그날 이후로
다만 그냥 
당신이 궁금할 뿐이죠
다음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그 천 일 동안
그 천 일 동안
그 천 일 동안
우리의 기억이
내 안에 남아
  
  
‘다음 세상에서라도 우리 만나지 마요’라는 부정적인 가사 내용만 제외한다면 딱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의 노래다. 
  
아픔보다 감사함이 더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하루하루 기쁨으로 가득했던 행복한 나날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웃고 기뻐하며 축하해줬던 따뜻한 나눔을 기억한다. 그동안 블로그에도 남겼지만, 행복한 일들이 너무 많아 감사한 분들이 넘쳐난다. 
  
한분한분 소중한 나의 V.I.P분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분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왜 이렇게 서글픈지 모르겠다. 마음 한켠의 아련함이 이런 것이리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눈에 새겨두려고 노력중이다.
  
마지막인사에도 덤덤하게 축복해주시는 분들이 오히려 감사하다. 몇몇 눈물을 보이는 감사한 분들에겐 더 미안하기도 하다.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 이렇게 훌쩍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커서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장을 마무리하는 전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현희, 아르바이트 했던 다정이가 케익을 사와서 축하를 해줬다.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한 축하의 의미라는 말에 감동이었다. 잘해주지 못한 마음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감사하다.
 




V.I.P분들과는 두 번의 식사를 했다. 시간을 선뜻 내주고 차량으로 나를 에스코트 해주는 귀한 마음이 나를 더 먹먹하게 만든다. 즐겁게 사는 나인데, 그날은 그리 크게 웃어지지가 않았다. 지금에서 말이지만, 정말 꽉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닭꼬치 노점을 마무리할 때는 중학생 아이들이 울어줬다.
배스킨라빈스를 마무리할 때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울어줬고,
카페 디스토리를 마무리하는 때는 아주머니들이 울어줬다.
 


마음 다해 섬겼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시고 마음 다해 축복해주시고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는 이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동안의 귀한 시간들이 되새겨진다.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던 시간들... 진심으로 반가워해주고 대접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연결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 날을 축하로 대신해주신 분들께 다시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큰 사랑 덕에 제가 성장했습니다. 귀한 분들을 만나게 하신게 너무 감사합니다. 

카페 디스토리

함께한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마무리하면서 느낀다. 아름다운 교제의 참모습이 아닐까 스스로 자평한다. 
  
앞으로 어떤 길로 어떤 소식을 전할지 모르겠지만, 그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새겨 놓으며 기억하려 한다. 
  
그동안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정말 행복한 장사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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