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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말이니까 글쓰기 잡담

by 안녕

오랜만에 늦은 아침까지 자다가 일어난 날.

저녁 내내 모기로 뒤척였는데도 이상하게 개운하다.


운동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컨디션 체크부터 한다.

오늘은 수영이 잘 되겠네, 아니겠네, 하면서.

회사를 다닐 때는 그날 하루를 버틸 체력이 되나, 안 되나, 쟀던 거 같은데 말이다.


만약 프리랜서 작가에게 발주를 넣었다면, 발까지 전신을 다 넣고, 수모랑 수경도 씌워 달라고 했을 테다. 실내 수영장이 더 낫겠지만 챗GPT니까 이 정도는 감안하기로 하며.


그 늦은 아침도 평소보다 늦다는 뜻이어서 7시 20분.

해가 쨍쨍하고 볕이 제법 뜨겁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니 물이 상당히 차갑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하며, 오늘은 수영을 적당히는 할 수 있을 듯하다.


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실력을 열심히 갈고닦는다.

대회 준비하는 분들 자세 교정하는 방법을 옆에서 보고 듣다 보니 정작 내 수영은 놓쳤다.

요령을 알아도 내 몸은 요령만큼 움직여 주지 않고, 오로지 요지부동.


50분에 2킬로미터 가까이 돌 때도 있는데, 오늘은 90분 동안 겨우 800미터를 돌았다.

내내 몸이 추웠다. 평소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나와서 찬물로 샤워해야 하지만.


계곡이 보이는 오래된 육개장집에 들러 못 이기는 척 막걸리를 딱 한 잔 받아 걸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낮잠을 조금 잤다.

윙, 윙, 귓가를 간질이는 무언가.

모기야, 어젯밤 너니?




나 애플 안 쓰고 엘지 쓰지만 괜찮다. 처음에는 노트북 키보드 위에 올려진 손에 펜도 끼워져 있었으니까. 잘했어, 제미나이야.


그러다 이렇게 또 하루를 날려 버릴 수는 없어서, 노트북을 이고 지고 카페에 왔다.

조금 오래 자리를 지킬 심산으로 더티 뱅오쇼콜라도 같이 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줄 알았는데 아이스 라테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가, 무심한 척한다.

분명 내가 실수했을 테다.

일하는 친구가 바뀌었고, 그 친구가 예뻐서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회사 다닐 때에는 매번 들여다보던 매체 소개서 몇 개쯤을 검색해서 훑어봤다.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회사명과 연락처를 적도록 유도하는 페이지로 안내해 이끌었다.

하지만 난 과감하게 그 페이지를 벗어나, 구글에서 'pdf'파일을 검색했다.

이런 편법은 회사에 다니면서 미리 익혀 뒀지롱.


이 상품은 이렇게, 저 상품은 저렇게 활용해 봐야겠다.

웹소설 세계관을 구상하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몸이 들썩일 정도로 신이 나 버렸다.

그래, 내가 이런 재미를 다른 데서 또 느낄 수 있을까.


기업 상품 소개서를 읽으며 웹소설을 구상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여전히 기껏 수고롭게 써 놓은 글이 형편없을까 봐 두렵다.

그래서 매일 노트북을 열기까지 오랫동안 몸에 시동을 걸어야만 한다.

부릉부릉, 우우우웅.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건, 이렇게 게으른 겁쟁이를 몰아붙이기 위해서였다.

일단 글을 쓰면 퇴고까지 적어도 네다섯 번은 다시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것도 이번에는 예외로 했다.


그냥 쓰면 나는 기특하다. 잘하고 있어, 그래, 하고 다독이는 거다.

내가 안 하면 이걸 또 누가 해 주겠는가.


최근에 갑자기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바뀌고, 나는 자꾸만 혼자서 있으려고 한다.

이런 때에 운명이 바뀐다고들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할지는 몰랐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데미안>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를 생각한다.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는 새.

껍데기 안쪽도 충분히 아늑하지만 몸이 점점 불어나는걸(포동포동).


괜찮다.

세상 모든 헛수고에 꼭 누군가 타박하는 일이 따라붙는 것은 아니니.

또 그 헛수고가 스스로에게 재미있다면 그뿐 아닌가.


더티 뱅오쇼콜라는 반만 먹으려 했던 착각을 물리고 하나를 온전히 다 먹어 버렸다.

이로써 몸은 더욱 불어나게 될 터.

열심히 알 껍데기나 쪼아야겠다. 콕콕. 콕.


고분군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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