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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안후라이안 Oct 14. 2020

'설레임' 맛 설렘이 쏟아지다

동사는 어떻게 명사로 바꿀까

"하, 날씨가 좋아도 설레는 일도 없고.... 설레임이나 먹으러 가자."

"응? 그게 뭐야?"

"설레임 몰라? 이 언니가 알려줄게. 따라와."


이미지는 롯데제과 보도자료


시골에서 상경한 티를 좀처럼 못 벗고 있던 대학생 시절. 온갖 신문물을 일찍이 접하고는 선구자처럼 전파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의기양양해진 이 친구가 '이 언니가'로 얘기를 시작했는데요, 저보다 10cm도 넘어가듯 작았던 그 친구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친구에게서 처음 배운 '설레임'은 쭈쭈바의 혁명이었습니다. 머리를 따고 몸체를 주물러가며, 혀를 베이지 않도록 조심조심 먹던 쭈쭈바와는 달랐거든요. '설레임' 뚜껑을 우아하게 돌려 따면, 차갑고 부드러운 알갱이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들었습니다. 이름은 또 누가 지었는지, 그야말로 찰떡이었죠.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만 뺀다면요.



이미지는 mbc드라마넷 공식 인스타그램



설레는 일이 어디 그뿐이던가요. 한 번은 티브이를 보다가 벌떡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설레임이 쏟아지다."

'설레임'은 채널 슬로건으로서라면 쏟아지면 안 될 듯한데요, 그렇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설레다  

「동사」[1]【…이】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한글 맞춤법_제4장 형태에 관한 것_제3절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

제19항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위의 한글 맞춤법에 따라,

길이   깊이   높이   다듬이   땀받이   달맞이

걸음   묶음   믿음   얼음       엮음      울음

등으로 표기합니다.


여기서 어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짚는 대신, 동사의 기본형 끝에 붙은 '다'를 떼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본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게 요즘 유행이니까요. 


- 어간 끝에 받침이 없으면 '-ㅁ'을 어간 끝 받침으로 넣어봅니다.

'달리다'라는 동사에서 '-다'를 뺀 '달리-' 아래 받침을 넣어 '달림'으로 바꿔봅시다. 마찬가지로 '끓이다' '끓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어간 끝에 'ㄹ' 받침이 있다면, 자리가 없지만 그 옆에 '-ㅁ'을 욱여넣어 봅니다.

'살다' '삶'으로, '알다''앎'으로 활용할 수 있겠네요.


- 어간에 'ㄹ' 아닌 받침이 있는 경우, 어간에 나란하게 '-음'을 붙여줍니다.

'먹다''먹음'이 되겠지요.


'알다'에서 나온 '앎''알음', '울다'에서 나온 '욺''울음', '얼다'에서 나온 '얾' '얼음'은 각각 두 가지 명사형을 모두 사용하지만, 그 뜻은 희미하게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알음'과 '울음'과 '얼음'은 각각 하나의 단어로 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보통의 접미사 활용형과의 차이점입니다.



자, 그럼 '설레다'는 어떻게 명사로 바꿔줄 수 있을까요?

어간 '설레'에 받침이 없으니 '달리다'처럼 어간 끝 받침으로 '-ㅁ'을 넣어주면 되겠네요.

맞습니다, '설렘'이 옳은 표현입니다.


아, 물론 우리는 '문학적 허용'이라는 관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유명사는 표준 어법에 맞게 적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설레임' 아이스크림은 슬쩍 눈감아줄 수도 있을 듯합니다. 고유명사이니, 작은따옴표('')로 묶어 표기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채널 슬로건 속 '설레임'에는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지만요. 예능프로그램 자막에 깔리는 무수한 비표준어에는 그렇게 관대할 수가 없는 저인데 말이에요. 채널 홍보팀도, 모르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대충 헤아릴 수 있을 듯하면서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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