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기다린 지 2년
그날. 남편은 내 손을 더 꽉 잡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손을 잡고 걸어가던 그 길.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내 머리 속에는 온통 또 한 달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남편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었다. 제일 힘든 건 나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늘 "다음엔 될 거야"라며 긍정적이었으므로..
그런데 그 날. 내 손을 움켜쥔 남편의 손이 다른 때와 달랐다. 작정하고 위로하려 아주 꽉 잡은 것이 아니어서 더 슬펐다. 다른 때처럼 "다음번엔.."이라는 말도 이번엔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손을 조금 더 꽉 잡았을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에서 진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남편도 사실 감정적으로 나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혼 3년 차 부부다. 둘 다 서른 중반에 결혼했으니 빠르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때 그렇게 늦지도 않았다 생각한다. 둘 다 건강하니 마음만 먹으면 아기가 바로 생길 줄 알았다. 처음엔 긍정적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위로였다. 하지만 한 달 한 달 결과를 확인할수록, 해가 바뀔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또 아닌 것'을 확인한 그날. 하필 내 친구의 집들이 날이었다. 다섯 부부가 모이는 집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돌 지난 아이까지 아이가 모두 일곱이다. 그날은 특히 더 친구들의 아이들을 있는 보고 있기가 더 힘겨울 것 같았다. 남편은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나섰다. '임신에 또 실패해서..'라는 이유는 사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사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임을 겪는 부부들은 더 고통스럽다. 어디에 얘기하는 것도 힘들고, 얘기한다고 해도 위로를 받기란 쉽지 않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나 위로를 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므로..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서인가.. 난임을 겪고 있는 한 여자 은행원이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있는 고객에게 다짜고짜 "지금 자랑하는 거예요?"라고 말해서 결국 은행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완전 미친X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그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되려고 해 슬프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난임 병원을 찾았다. 사실 난임 병원 방문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도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만 가는 것처럼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임 병원을 방문한 후 나의 생각은 ‘갈만하다’라는 결론이다. 조금 더 빨라리 갈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갈만하다’라는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비용이 적지 않게 들 뿐더러 호르몬을 조절하는 과정이 여자들한테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선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좀 더 희망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이번에도 안 될 수 있어’ 보다는 ‘이번엔 될 가능성이 높아’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것이 더 견딜 만했다. 병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걱정과 고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위로가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겪어온 고통을 같이 나누면서 서로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내가 해왔던 고민과 경험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제부터 나의 경험을 비롯해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서적에 나온 지식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그리고, 이 곳 저 곳에 흩어져있는 난임, 임신 정보들을 한 곳에 모으고, 의견이 분분한 내용들은 전문가에게 직접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정부의 난임 관련 정책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단순 시술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 외에도 맞벌이 부부에겐 필요한 것이 많다. 실제로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도 담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이다. 꼭 아기천사가 찾아와 줄 것이라 믿는다.
난임을 극복한 엄마들의 생생한 경험담 공유>>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배부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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