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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30. 2022

설날에 열어보는 바람의 땅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16


어디.. 속 시원한 풍경은 없을까..?!


바다처럼 넘실대는 호수 너머 협수로를 지나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가 위치해 있다.


(상략).. 생각건대 우리나라에서 이런 낯선 풍경을 만난 사람들은 매우 드물거나 아예 단 한 분도 없을 듯싶다. 이곳은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장차 우리는 뿌에르또 인제니에로 이바녜스(Puerto Ingeniero Ibáñez)로부터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건너 칠레 치코(Chile Chico)까지 항해를 할 것이다. 첨부한 구글 지도를 잠시 들여다볼까.. 



(지난 여정에) 잠시 언급된 쎄로 까스띠요(Reserva Nacional Cerro Castillo) 국립공원 우측으로 상하로 길게 그어진 실선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이다. 좌측으로 호수 면적이 크게 보이는 곳이 칠레 쪽이며 우측은 아르헨티나 쪽이다. 

우리를 태운 훼리호는 실선 좌측 위에서부터 아래로 항해를 하고 있으며, 현재 위치는 협수로를 지나기 전 이바녜스 강(Río Ibáñez)과 이어진 호수 위로 눈을 뜰 수 없을 만치 강한 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마치 달나라로 쏘아 올린 로켓이 대기권을 지나 우주로 나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심한 바람이 훼리호 선상으로 불어대는 것이다.


하니는 바람을 피해 선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훼리호 갑판 위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호수와 주변 풍경을 번갈아 뷰파인더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달님과 나.. 



가난했던 시절.. 어린 녀석에게는 생일상과 다름없는 먹거리가 철철 넘치던 한가위.. 얼마나 먹어댔던 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과식을 하는 것이다. 어머님과 숙모님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오고 가며 하나씩 집어 먹는 등 평소와 다른 식탐 때문에 배탈이 난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한 밤중..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이 은빛 고운 가루를 마구 뿌려댈 때 녀석은 할머니를 흔들어 깨우는 것. 요즘은 화장실이 주로 실내에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화장실(뒷간)은 뒷마당 한쪽에 자리자고 있었다. 화장실도 화장실 나름이지.. 똥통에 판자 두 개를 걸쳐놓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응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 어떤 녀석들은 중심을 잡지 못해 똥통에 발이 빠졌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자자한 시절이었다. 


당연히 뒷간에 전기불이 들어올 리가 없지.. 그래서 녀석은 뒷간 문을 열어놓고 볼 일을 보는 것이다. 그때 할머니를 깨운 건 누구라도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하늘 높은 데서는 달님이 씩 웃고 계시고 할머니는 손자 녀석이 볼 일을 빨리 끝내기를 아기다리고기다리.. 녀석의 한 마디가 이어진다.


"끙.. 할머니.. 어디 가지 마요. 끙..ㅜ"

"여깄다. 가긴 어딜 가..! ^^"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에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유년기를 소환해 보는 것도 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무도 보지 못한 바람 속에 실려온 오래된 추억..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바라본 풍경들은 마치 옥토끼가 살고 있는 달나라처럼 호기심 가득하게 만든다. 설렘 가득한 새로운 세상.. 10년이 더 지나 열어본 사진첩 속에 오롯이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이 아스라하다.




설날에 열어보는 바람의 땅


    서기 2022년 1월 29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을 켜고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우리를 태운 훼리호는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를 향해 항해하고 있으며 호수보다 폭이 좁은 이바네스 강(Rio Ibáñez) 하류 쪽을 이동 중이었다. 장차 만나게 될 호수 보다 폭이 좁긴 하나 바다를 쏙 빼닮았다. 



하니와 나는 조금 전 우리 집 앞의 바를레타 성과 두오모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날씨가 차가웠으며 주말 오후의 도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반면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산책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컴에 로그인을 하자마자 편집 중이던 포스트의 장면을 보면서 "여긴 어디야..?"라고 물었다.


"응, 칠레 치코 가던 길.."


그러자 그녀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졌다.



"응.. 거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댔지..!"


그녀는 당시의 상황을 여전히 기억해 내고 있었다. 승객들 일부분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려 나처럼 갑판 위에서 바람에 맞서 항해를 즐기고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어댓으면 호수 위의 물결이 바람에 날려 뽀얀 물보라를 날리고 있었다. 물보라는 볕을 받아 무지개를 호수 위에 드리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 연출되는 훼리호 선상에서 바람의 땅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뷰파인더에 담고 있는 것이다. 속이 시원한 풍경들.. 바람의 땅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진풍경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으며, 나는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여전히 훼리호 상갑판 위를 서성거렸다. 



시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펼쳐본 사진첩 속에는, 달님이 나를 빤히 내려다보며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게 언제 적인가.. 


사흘 후면 설날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추석과 더불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되면 팔월 한가위처럼 설레게 된다. 앞서 잠시 더듬어 본 팔월 한가위 속에는 은빛고운 가루 뿌리시는 달님과 나 그리고 할머니께서 등장하셨다. 돌이켜 보면 참 까마득한 시간 저편에 종갓집의 풍경이 묻어났다. 


이제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모님도 할머님도 중부님도 어른들 모두가 기억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았을까..



그럴 수만 있었다면 보고 또 열어보며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행복했을 게 틀림없다. 부엌과 장독대를 부지런히 오가시던 어머니.. 설날 차례상 곁에는 아버지 그리고 중부님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뒷마당에는 사촌들이 모여 곧 시작될 세뱃돈을 계수하고 있던 오래된 풍경들.. 



서기 2022년 1월 29일 바를레타의 저녁나절.. 잠시 시간을 되돌려 어른들이 생존해 계실 당시로 돌아가 '서기 2022년 설날'을 소환해 본다. 어른들과 형님들은 어떤 이야기들이 주제를 이룰까 싶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아울러 매형과 형수님은 물론 계수 씨 등이 나누게 될 관심사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올해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 선거가 이슈를 이룰 것이며 후보자의 면면이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을 당할 게 틀림없다.



조상님에 대한 추모를 끝으로 차례상을 물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복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재명 후보의 됨됨이는 물론 이름조차 거론하기 싫어하시며 곧바로 <거니와 윤 서결>이 그리고 <국민의 짐> 등에 대한 성토가 이어질 것이다. 집안의 분위기는 일제강점기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가진 문제점 등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때때로 견해 차이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시 평정심을 되찾으며 어른들의 설날은 무르익어가는 것이다. 물론 세뱃돈을 챙긴 녀석들은 뒷마당에서 뛰어놀며 곧 다가올 주전부리를 탐할 것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설날의 풍경을 상상해 보니 이러하다. 등장인물은 아우님과 형님이다.



아우님 1: 형님은 두 사람 중에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되었으면 싶습니까. 저랑 생각이  같지요?

형님: 그럴 걸세. 나는 이재명 후보가 너무 마음에 들어. 

아우님 2: 저도 그래요. 다른 건 몰라도 국민들의 머슴이 되려면 정직해야 하고 똑똑해야 하며 리더십 등을 두루 잘 갖추어야지요. 무엇보다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한 후보와 기득권을 옹호하는 후보는 절대로..


시작은 이랬다. 그리고 아우님들과 형님이 술 한 잔을 서로 나누어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우님 1: 그런데 윤서결이는 후보 깜도 안되는데 어떻게 출마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형님: 나도 그게 궁금해서 매일 유튜브를 열어서 이른바 <거니와 서결이>의 정체성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일세.

아우님 2: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형님처럼 짬짬이 유튜브를 열어봐요.

아우님 1: 참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방송과 언론은 뭐하고 자빠졌는지..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화제는 거니와 서결이 그리고 유튜브에 등장한 거니의 7시간 통화 녹취 등으로 옮아갔다. 허위로 작성된 거니의 이력과 명신에서 거니로 바꾼 이름은 물론 코바나 콘텐츠의 주식 문제와 서결이 와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주로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우님 1.2 그리고 형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작당한 취기는 대통령 후보라 믿기지 않는 거니와 서결이 의 성토장으로 변해갔다.



형님: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방이 안 된 나라나 다름없네 그려. 여전히 일제의 잔재들이 설쳐대고 있으니..ㅉ

아우님 1: 저도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데 거니와 서결이 둘 다 무당들한테 놀아난다더군요.

아우님 2: 문제는 무당들 하고 놀아나는 것보다 더 한 사실이 <알린공감 TV>를 통해 밝혀졌어요.

아우님 1: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지막하게) 형님, 그거 아시죠? 서결이 가 거니를 만날 당시 피의자와 검사 사이였다 잖아요. 그래서 성상납이 이루어진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어요.(조카들 눈치 살피며)

형님: 아우님 1의 내용을 다 열어 봤네 그려. (소리 낮추어) 오죽 못났으면 쉰두 살에 갈보를 만나 결혼을 했을 라고..ㅉ 거니와 서결이는 2010년부터 함께(동거) 살았데..!



좌중은 보다 심각해졌다. 거니와 서결이 가 무당들한테 놀아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결이는 자신과 거니와 그의 장모가 저지른 비리를 감추거나 세탁하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것. 그리고 일제잔재 등 적폐 세력의 앞잡이가 되어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서결이다 조국 법부부 장관에게 저지른 탈탈털기식 수사의 후환이 두려운 것도 있었을 것이라 했다. 그나저나 언론은 물론 기레기들과 사법부와 검찰이 통째로 썩어 자빠진 세상 등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에휴..!! 나라가 어찌 될라고 이런 개망나니가 날뛰는 세상이 됐나 그려.."



형님이 거의 마무리 발언에 가까운 신호를 보내자 아우님 1.2도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론은 간단했다. 서결이는 후보 자격도 없거니와 비리 혐의에 연루된 자로서 거니와 함께 즉각 체포하여 수사를 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것. 오늘자(29일) <열린공감TV>는 대장동 사건 '정영학과 김만배의 녹취록'을 단독 보도하며, 서결이.. 즉 윤석열은 죽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윤석열이는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내 조국 대한민국에는 설 연휴가 시작됐다. 먼 나라에서 열어본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의 사진첩이 없었다면 가뜩에 나 먼 나라에서 맞이하는 설날이 얼마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을까.. 여러분들이 설 연휴 혹은 설날에 가족과 친지 등을 만나 나누실 대화가 궁금하다. 그럴 리가 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역사는 다시 일제강점기 혹은 군사독재 시대와 비슷한 검찰공화국 시대로 되돌리게 될 게 분명하다. 차례상을 물리고 한 줌도 안 되는 판 검새 등 적폐새력들을 반드시 응징하는 대화가 오가면.. 하늘에 계신 선조님들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Puerto Ingeniero Ibáñez Patagonia CILE
il 29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Puerto Ingeniero Ibáñez(Turismo)


Esta zona como la mayoría de las localidades de la Región de Aysén, presentan grandes atractivos naturales. En particular, en esta zona se ubica los imponentes Saltos del Río Ibáñez, a 5 km desde el pueblo, por la ruta que conduce a península Levican.

La Reserva Nacional Cerro Castillo, con sus imponentes cumbres destacable de sobremanera el Cerro Castillo, con una altitud cercana a los 3000 msnm y con presencia de nieve durante todo el año, además el paredón de las m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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