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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2. 2023

이탈리아, 우리와 다른 질경이 나물

-우리 동네 바를레타서 만난 이탈리아 질경이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세상의 풍경들..?!!



   서기 2023년 6월 12일 한밤중(현지시각)에 일어나 나흘 전 우리 잡 앞 풍경을 열어보고 있다. 이날 작은 콘서트가 준비되고 있었는데 곧 바를레타 시민들이 작은 원형극장을 채울 것이다. 참 재밌는 동네다. 이곳을 채울 시민들의 수는 기껏 수 백 명이 전부지만 수 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만큼이나 준비를 철저히 한다.



이날 평소에 봐 두었던 풀숲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원을 가로질러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며칠 전 무성하던 풀숲이 모두 베어지고 약간은 썰렁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바를레타서 살면서 바닷가로 산책을 나서면 눈여겨본 풀숲에는 수선화는 물론 여러 풀꽃들이 시민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를 위해 기꺼이 두 팔을 벌려 보듬어 주기를 원했다. 그때 만난 신의 그림자.. 


저 멀리 원시 고기잡이 기구인 뜨라부꼬(일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Il Trabucco di Barletta))가 허공을 찌르는 장면이 등장한 이곳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던 곳인데 어느 날 싹둑 잘려나가면서 조금은 허허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잘 정리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풀꽃들은 인간들의 얄팍한 꼼수를 잘도 헤아리며 울타리 곁에서 꽃을 피운다.



그때 만난 신의 그림자.. 



식물은 우리 인간 곁에서 우리를 늘 보살피는 아름답고 이로운 존재이다. 뷰파인더가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식물은 이름도 친숙한 질경이.. 질경이는 유년기 때부터 봐 왔던 식물이자 나물이었다. 주로 사람들이 많은 발자국을 찍은 길 위에서 납작 엎드려 자라던 녀석들.. 


질경이는 마차의 바퀴자국이 난 자리에서도 잘 자란다 해서 ‘차전초’라 불리는 들풀이다. 그런 녀석이 봄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의 뛰어난 항산화 효과가 입증되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질경이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음식맛을 좋게 해 서양에서 약용과 식용으로 애용되는 식물이다. 



질경이의 효능은 최근에서야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예로부터 각종 질환 치료에 많이 쓰였다. 개구리가 기절했을 때 질경이 잎을 덮어 놓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동의보감의 ‘간장’ 편에는 질경이에 대해 ‘차전자(질경이 씨)는 간을 튼튼하게 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눈의 충혈을 없앤다.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볶아서 달여 먹는다’고 쓰여 있다고 전한다. 


질경이는 잎 100g당 칼륨 20758.7mg, 칼슘 9953.6mg이 함유되어 무기질이 풍부한 식물이다. 한방에서는 이뇨제로 사용되는데 칼륨을 과다하게 배설시키는 약물과 달리 저칼륨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질경이 씨 껍질인 차전자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치료제로 쓰인다. 물에 넣으면 젤처럼 되며 제 무게보다 40배의 수분을 흡수한다고 알려진 놀라운 식물이자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식재료이다.




이탈리아, 우리와 다른 질경이 나물

-우리 동네 바를레타서 만난 이탈리아 질경이


이날 만난 이탈리아 질경이는 대한민국에서 봐 왔던 것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잎사귀가 얼마나 큰지 시금치와 배추를 비교되는 듯 큼지막했다. 바닷가를 산책할 때 혹시나 하고 챙겨간 호주머니 칼이 질경이를 만나자마자 채집에 들어갔다. 천년을 살고 싶으면 몸에 좋다는 걸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그래! 단 10년을 더 산다고 해도 하늘이 값없이 주는 선물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이날 케온 질경이는 대략 1kg이 넘었다. 바닷가에서 지란 녀석들은 오염원이 적었음에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잘 행군 다음 가지런히 펼쳐놓으니 서서히 입맛을 당기기 시작한다.



요렇게 잘 정리된 녀석들을 펄펄.. 퍼얼펄 끓는 물에 데치는게 아니라 삶아내는 수준이었다.



질경이는 보통의 나물보다 질겅질겅.. 매우 질긴 편이어서 평소 보다 5분을 더해 10분 정도 삶았다. 최초 센 불에서 약불로 낮추어가며 삶아 찬물에 헹구고 건져낸 다음 가지런히 정리를 했다. 



이런 모습이다. 그리고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시식을 해보니 쓴맛이 매우 강했다. 질경이 특유의 맛이다.



그다음 한 입 크기로 적당히 잘아 양념에 들어갔다.



양념은 올리브유 두 큰 술과 찧은 마늘 한 큰 술 그리고 조미간장 한 큰 술에 풍미를 드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새우젓과 참기름 한 술과 깨소금을 첨가했다.(식 미 껏) 그리고 쓱싹쓱싹..



이탈리아 질경이와 대한민국 질경이의 겉모습은 달라도 맛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쓴맛이 더 강하다.



이렇게 만든 초간단 질경이 요리.. 아직 냉장고 속에는 한 줌의 질경이 나물이 남아있다.



그거마저 챙겨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을까..ㅎ 천년이 아니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세상의 풍경들.. 그 가운데 신의 그림자가 가득하다. 질경이 나물 때문이었을까. 한 밤중에 일어나 질경이 요리로 새벽을 깨우는 동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Ho incontrato una piantagine italiana nel nostro quartiere
Il 12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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