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LETTA, 1946년 6월 2일 이탈리아 공화국 설립 기념행사
세상일은 그 누구도 모르는 법.. 오직 신께서만 산화(酸化)와 환원(還元)을 조절하는 절대자..!!
서기 2023년 6월 2일 이른 새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밤은 여전히 졸고 자빠졌다. 곧 일어날 때도 되었는데 내가 먼저 눈을 떠 여명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보고 계신 자료사진은 오전 5시경에 촬영된 것으로 우리 집 앞의 풍경이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었지만 오늘 이곳에서 행해지는 행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나의 애마도 바를레타 중심을 가로지르는 뷔아 까부르(VIA CAVOUR)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주차장소를 급히 변경했다. 시전에 예고된 행사를 놓치면 85유로에 해당하는 벌금(Multa)은 물론 견인차가 오게 되면 150유로를 물어야 한다.
이탈리아서 살면서 고가의 학습비를 지불하면서 배운 별로 달갑지 않은 문화생활이다. 그러니까 행사가 시작되기 전 이틀부터 신경을 곤두세우며 행사시간을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사 시작을 준비하는 시각은 오전 05:00부터 오전 09:00까지.. 이 시간은 좋아하는 시간대로 밤 마저 졸로 자빠진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끼적거리는 시각이다. 바를레타 시 당국은 하필이면 그 시각에 "자동차를 빼시오!" 하고 방을 붙여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일어난 시간이 대략 새벽 4시 반쯤이었다. 미리 공고한 바에 따르면 새벽 05시부터 행사가 시작되어야 했으므로 카메라를 챙겨 평소 행사가 진행되는 루트를 따라 산책 겸 새벽을 깨웠다. 그때 만난 바를레타 두오모 그리고 바를레타 성이 해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가로들이 졸고 자빠진 이른 새벽.. 두오모 주변에는 샛노란 불빛이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꽤 오래전에 건설된 도시로 구도시 전부는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그래서 비가 오시는 날이나 해 질 녘 이후 까만 밤이나 새벽에 만나는 풍경은 황금의 도시로 변신을 한다. 대략 서기 700년 경 이후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바를레타..
이날 집 앞에 위치한 바를레타 성과 두오모를 돌아보는 동안 묘한 이끌림을 받았다.
사람들이 새벽기도를 위해 한 사람 두 분씩 교회(CHIESA, 성달)로 모여드는 동안 내가 한 일은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오래된 촉수는 장차 다가올 사건(?)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꽤 오래전 나의 절친은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중역 이상의 자리를 누린 성공을 이루었다. 우리가 술좌석에서 만나면 하는 이야기 중에 안주 삼아 등장하는 이야기가 산화와 환원과정 (酸化還元反應, Redox, reduction-oxidation)이었다.
당시에는 무엇이든 열심히 끈질기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힘들게 살았던 것일까..
산화와 환원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죽어야 살 수 있는 부활의 조건'과 매우 흡사했다.
철이든 비철이든 용광로 속에서 1차적으로 완전히 산화(용해)가 된 다음 환원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환원재는 알칼리성 물질로 환원재가 투입되면 전혀 다른 물질이 생기게 된다. 나는 이른 새벽 집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곧 시작될 행사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바를레타 시민들이 길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곧 시작될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략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행사의 이모저모를 영상과 사진에 담았다.
-BARLETTA, 1946년 6월 2일 이탈리아 공화국 설립 기념행사
영상을 열어보면 우리 동네서 자주 열리는 행사의 규모를 짐작하게 될 것이며, 이 행사에는 바를레타 시민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행사는 주로 교회의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조용히 지내는 제사 같은 모습이랄까..
경건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 행사는 1946년 6월 2일 이탈리아 공화국이 설립된 날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성 금요일'에 행해진 축제이자 기념행사이다.
바를레타 시민 다수가 참여하고 준비한 이 행사는 대략 2시간이면 막을 내리게 되며, 서두에 언급된 바를레타 두오모에서 마무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행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영상과 사진을 편집하는 동안 묘한 생각에 이끌리게 됐다.
누가 나를 불러냈을까..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성직자 중에는 지인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지인이 나를 불러낸 것도 아니며 그럴 일도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 살면서 행해지는 행사를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그게 나의 의지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겪게 되는 산화와 환원과정 속에는 반드시 특별한 환원 물질이 필요하게 된다.
내 앞을 지나간 축제 행렬과 시민들과 그리고 적지 않은 성직자들.. 그분들이 이른 새벽에 나를 불러 깨웠다. 우리가 잘 모르는 '기도의 힘'이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는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La Festa della Repubblica Italiana, 2 giugno 1946_BARLETTA
Il 02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