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CE, 이탈리아 남부 5월 말 깜찍한 풍경
벼락치기 아시지요..?!!
요트 한 척이 유유자적하고 있는 바닷가..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레체(LECCE)로부터 대략 10km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풍경이다. 나는 조금 전까지 레체 시내 중심가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썰렁한 바닷가 풍견 보디 너무 잘난 곳이자 지금도 레체 구도시를 돌아보면 혀를 내둘릴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한 곳이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미어지는 곳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유서 깊은 도시에서 도망치듯 바닷가로 나오게 됐다. 이 도시는 나랑 인연이 덜한지 두 번째 방문했을 때도 등을 돌리고 있었다. 왜 삐졌나.. 오래된 도시의 중심지를 요리조리 천천히 돌아본 이유는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한 때 번창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의 중심에는 서기 6세기 때 지어진 도시의 건축물과 생활양식 때문으로 서기 2023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차공간을 쉽게 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 공간을 찾는 동안 눈팅한 시내 전경을 뒤로하고 바닷가로 도망치듯 나오게 된 것이다.
막상 바닷가로 나와 보니 내가 생각한 바닷가 풍경과 너무 달랐다. 조금은 살벌(?)한 풍경..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티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 간밤에 나의 브런치스토리에 <담배 피우는 산, 행복한 단상 속으로> 편을 발행해 놓고 이른 아침부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최소한 이틀 전부터 어디론가 잠시 멀리 떠나고 싶어 짐을 챙기고 있었던 것. 그때 결정한 루트가 우리 집에서부터 레체까지였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 혹은 벼락치기로 결정된 루트는 집에서부터 대략 200km가 넘는 거리이지 왕복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에 가깝다. 열심히 핸들을 붙잡고 페달을 밝아도 왕복 5시간은 족하 걸리는 거리..
그런데 정작 목적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벼락치기로 작정한 프로그램(?)에 따르면 레체서 1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브린디시 시에서 가까운 바닷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북상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벼락치기여서인지 빈구멍(?)이 너무 많이 보이는 게 아닌가. 바닷가에 달팽이 한 녀석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에 자꾸만 '벼락치기'가 머릿속을 오락가락했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벼락치기가 통할 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벼락치기는 실패의 지름길 아닌가..
-LECCE, 이탈리아 남부 5월 말 깜찍한 풍경
우리 집에서부터 레체로 떠난 직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엇이든 생각이 복잡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살면서 배웠다. 갈까 말까.. 를 생각하다가 점점 더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판단되는 순간 내 앞에 풀꽃 무리들이 와글와글 떼창을 부르고 있었다. (영상 참조)
"(와글와글).. 안넝하떼요 아더찌..ㅋ"
"그래.. 넘 반갑구나. 천국의 요정들아..(엄지 척) ^^ "
가끔씩 벼락치기도 효험이 있는지.. 집으로 돌아가던 차에 만난 신의 그림자 앞에서 가다 서다 반복..
바닷가에 가까운 평원의 풀꽃들은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넘실거리고 있었다.
레체 시내를 대략 10km 벗어나면서 만난 풍경들 속에서 다시 떠 올린 벼락치기..
나는 벼락치기에 대해 너무 잘 안다. 나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밥상을 코 앞에 두고 숙제를 하느라 삐질삐질 벼락치기 숙제를 하는 것. 동무들과 '놀음 삼매경'에 빠졌다가 등교를 앞두고 밥상머리에서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밥무라.. 국 다 식겠네.."
그렇지만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들릴 리 없는 놀기 바빴던 개구쟁이.. 녀석은 등교 후에 벌어질 불상사(?)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숙제 검사를 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자꾸만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이런 시추에이션이 한두 번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내가 최근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면 엄청난 우울증을 겪었을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학교 공부 혹은 교육계의 현실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만에 하나.. 디사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학교 공부 보다 신의 그림자인 풀꽃을 더 사랑할 것이다.
벼락치기로 결정한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네비를 돌렸을 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지(?)에서 잠시 고생을 하느니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 날..
집으로 향하는 길..
나를 붙들어 말리는 신의 그림자를 차창 밖으로 보면서 기속 페달을 밟았다.
벼락치기 드라이브가 곧 막을 내릴 차례.. 그 가운데 이정표를 담아둔 것은 또 다른 벼락치기를 위한 것일까..
이탈리아 남부의 5월 말 풍경을 가슴에 담고.. 어쩌면 다시 벼락치기 드라이브를 꿈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Sud Italia. Bella vista a fine maggio_Lecce in PUGLIA
Il 27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